코로나19 등 감염병으로 장사를 못 하면 임대료를 받지 못하는 ‘임대료 멈춤법’이 발의되자 착한 임대인들이 정부에 등을 돌릴 기세다. 법안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고통 분담을 법적으로 강제하는 것이 맞느냐는 우려의 시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도 임대차 3법에 못지않은 파장을 우려하며 재산권 침해와 맞물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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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상가 임대차시장에선 전날 이동주 더불어민주당이 대표 발의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에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안그래도 표준지 공시지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세금 부담이 늘어난 상황에서 ‘착한 임대인’을 자처했던 임대인들의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란 지적이다.
개정안에는 구체적으로 집합금지 결정이 난 업종에 대해서는 임대인이 차임(임차물 사용의 대가)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하고, 집합제한 업종에 대해서는 차임의 2분의 1 이상을 청구할 수 없게 하는 내용이 담겼다. 코로나19 방역 조치 일환인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자영업자들의 타격이 큰 상황에서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이는 지난 9월 개정한 상가임대차보호법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앞서 개정안에서는 감염병 등으로 경제적 사정이 변동됐다면 월세 인하를 청구할 수 있는 차임감액청구권을 줬다. 다만 이는 임시 특례로 한시적으로 시행돼 내년 상반기에 기한이 끝난다. 또 감면 한도가 합의 되지 않으면 결국 분쟁조정위원회를 거쳐야 하는 등 적용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다.
상가업계에선 강력한 규제에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임대인이라고 밝힌 A씨는 “정부가 집합금지 명령으로 장사를 하지 못하게 된 것을 왜 임대인들에게 보상하라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사유재산을 정부 마음대로 해도 되는 것이냐”고 토로했다.
또 다른 B 씨는 “감내할 수준에서 임대료를 깎아주고 있는데, 이렇게 반절을 받지 못하게 법으로 못박아버리면, 내 생활비는 어디서 마련해야 하느냐”고 하소연했다. 그는 또 “임대인 역시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정부가 외면하는 것은 아니냐”며 답답해했다.
◇“사유재산권 침해 소지 높아”
실제 법안 적용 시 논란이 될 부분은 곳곳에 있다. 공공 계약이 아닌 개인간 계약까지 국가가 관리하는 것은 사적 자치 원칙을 제한할뿐더러 과도한 재산권 제약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또 일방에 대해서만 불리한 계약을 강요하는 것은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전문가들은 임대인과 임차인의 갈등이 격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또 헌법상 보장된 사유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사법 규제보다는 캠페인을 통한 자발적 참여를 촉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 부동산학과 교수는 “입법 취지는 좋지만, 현실에 적용하기는 힘들 수 있다”며 “오히려 잘못하면 기존 세입자를 내쫓고 집합금지업종에 해당하지 않는 새로운 사람을 들일 수 있는 문제도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임대료를 강제한다는 것은 사유재산권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상가뿐만 아니라 주택에도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어 임대료 통제의 시초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 소장은 “착한 임대인이 화두가 되기도 했지만, 자율적인 캠페인을 통해 참여를 끌어내는 방향이 맞다”며 “강제를 통해 법적 구속력을 내세운다면 상생이라는 취지보다는 임대인과 임차인 간 갈등을 부추기는 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소장은 “임대인 역시 건물 임대료가 밥벌이 수단일 수도 있는데, 영세하다는 프레임을 내세우는 것이 문제다”며 “실제 코로나19로 배달을 통해 장사가 잘되고 있을 수도 있는데, 강자와 약자의 논리로 끌고 가면 힘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