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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협에 따르면 지난 6월 19일부터 7월 8일까지 수련병원 등 387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실태 조사’를 벌인 결과,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기관은 전체의 39%인 151개 기관에 불과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간호사가 합법적으로 의사 업무 일부를 대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시범사업을 실시했으나, 정부의 권고에 불과하고 보상체계가 부족해 의료기관의 참여율은 저조한 실정이다.
간협은 “간호사 10명 중 6명은 병원 측으로부터 전공의 업무를 강요받아 수행하고 있다”며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간호사의 경우 법적인 보호마저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현장 간호사들은 환자 안전사고 발생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는 등 심적 부담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서 현장 간호사들은 “일이 점점 더 넘어오고 교육하지 않은 일을 시킨다”, “시범사업 과정에서 1시간 정도만 교육한 후 업무에 투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공백에 따른 병원의 경영난으로 인해 신규 간호사들의 발령이 연기되는 피해도 발생했다. 간협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건강보험통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2019~2023년) 1분기 대비 2분기 근무 간호사 평균 증가율은 크게 감소했다. 특히 전국 47곳 상급종합병원은 5년 평균 1334명 증가했던 패턴에서 벗어나 올해는 오히려 194명이 줄었다.
상급종합병원 가운데 간협 조사에 참여한 41곳의 경우 지난해 올해 발령인원을 8390명 선발했으나, 현재까지 발령을 내리지 못한 신규 간호사가 전체의 76%인 6376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들 상급종합병원 가운데 31곳은 간호대학 4학년에 재직 중인 예비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올해 실시되는 신규 간호사 모집 계획마저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간협은 진료지원(PA)간호사 법제화 등을 담은 간호법이 제정되면 합법과 불법을 넘나드는 현 상황이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간호법은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에 부쳐질 전망이지만 의사와 간호사의 갈등으로 인해 또다시 좌초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간호법 제정안을 둘러싼 이견이 조정된 것으로 보도가 나갔는데 이는 앞서나간 것”이라며 “당내 여러 우려가 있어 아직 합의에 이른 법안은 없다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간호법이 의사의 고유 업무를 침해하고 불법 무면허 의료 행위를 종용하는 ‘악법’으로 규정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22일까지 국회는 의료계가 반대하는 간호법 입법 진행을 중단해달라”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모든 방법을 동원해 정권퇴진 운동에 앞장설 것”이라고 반발하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