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가자 병원 폭발로 의료 대응 무력화…"인도주의 위기 심화"

방성훈 기자I 2023.10.18 16:51:51

물·전기·의약품 등 생필품 끊겼는데 병원까지 공습
가자지구내 35개 병원서 최소 3500명 생사 기로
"폭격에 살아남아도 의료 서비스 부족으로 죽을 것"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병원이 공습을 당하면서 인도주의 위기가 더욱 심화했다는 우려 목소리가 나온다. 그렇지 않아도 열악한 가자지구 내 의료 대응 시스템이 무력화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17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 알 아흘리 아랍 병원이 공습을 당한 뒤 환자들이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사진=AFP)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에 위치한 알 아흘리 아랍 병원이 17일(현지시간) 공습을 받아 폭발하면서 최소 500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에 CNN방송은 “가자지구 내 의료 대응 시스템이 무력화됐다”면서 “병원 폭발로 잔해에 깔린 추가 피해자를 비롯해 의료 대응이 마비됨에 따라 앞으로 수많은 민간인이 목숨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CNN은이미 이스라엘의 봉쇄조치로 물, 전기, 식량, 의약품 등이 끊긴 상황에서 병원마저 줄어 수많은 가자지구 주민들의 사망 위험이 더 커졌다고 지적했다. 현재 가자지구 전역 35개 병원에는 총 3500명 이상의 환자가 생사의 기로에 놓여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자지구에서 가장 큰 알 시파 병원을 운영하는 무함마드 아부 살리마 원장은 뉴욕타임스(NYT)에 “현재 가자지구엔 중환자실, 신생아 집중치료실은 물론 심지어 수술이 필요한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병원조차 없다”며 “병원은 공습을 받아도 환자들이 많아 대피가 절대로 불가능하다. 누군가가 폭격으로 죽지 않는다면 의료 서비스 부족으로 죽게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또한 그동안 대피소 역할을 해온 병원도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폭발한 알 아흘리 아랍 병원 역시 수천명의 난민들을 보호하고 있었다고 CNN은 설명했다.

이스라엘 방위군(IDF)은 공습시 병원이나 학교 등 대피시설은 표적으로 삼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이날도 또 다른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인 이슬라믹 지하드의 로켓 발사 실패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유엔과 국경없는의사회 등은 그동안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병원과 구급차 등 의료시설이 지속적인 타격을 입었다고 비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이날 성명을 내고 “환자와 의료진, 간병인, 피란민들이 있던 의료시설에 대한 공습은 국제인도법을 어긴 것”이라고 규탄했다.

공습 주체를 둘러싼 논란 속에 이스라엘은 이날 가자지구 남부에 ‘인도주의 구역’을 설정했다면서 북부 주민들의 이주를 거듭 촉구했다. 그러나 뒤늦은 인도주의적 지원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NYT는 “이스라엘의 남부 대피령은 이동할 수 없는 환자와 간병인에게 북부 지역에 머물 것인지, 떠날 것인지 어느 쪽도 선택이 불가능한 딜레마를 안겨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선 현재까지 40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병원 공습 전 가자지구 보건부는 지난 7일 이후 최소 3000명이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에선 최소 14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