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타결된 FTA라는 의미도 있다. 특히 미국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한 관심 표명 이후 FTA 협정을 맺지 않은 TPP 참여국를 상대로 한 성과라는 점도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성과를 계기로 한국의 TPP 참여가 힘을 받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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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호주 자유무역협정(FTA)은 꼬박 4년 7개월이 걸렸다. 지난 2009년 3월 협상 개시 이후 7차례의 공식협상과 2차례의 비공식협상을 진행했다.
막판까지도 우리나라가 줄기차게 요구해온 투자자국가소송제(ISD) 도입과 농축수산물 개방 범위 등에 대한 이견으로 진통을 겪었다. 하지만 호주가 ISD 도입을 전격 수락하고 한국도 농축수산물에서 일정 부분 양보하면서 실마리를 풀었다.
양국은 협정 발효 후 8년 이내에 현재 교역이 진행되는 대다수 품목에 대한 관세철폐에 합의했다.
한국의 대(對) 호주 주요 수출품목인 자동차(관세율 5%)의 경우 중소형 승용차 등 주력수출 품목의 관세를 FTA 발효 즉시 철폐하기로 합의하면서 유리한 수출 조건이 형성됐다.
무역업계 관계자는 “호주는 태국과 FTA가 체결돼 있어 일본 도요타가 태국공장 생산물량의 우회 수출로 가격경쟁력을 유지해왔다”며 “한·호주 FTA로 관세가 즉시 철폐되면서 이제 우리도 일본과 붙어볼 만하다”고 말했다.
호주 수입차 시장에서 한국산 점유율은 9∼10%로 20∼30%인 일본에 절대 열세에 놓여있는 상태다. 우리 측 주요 관심품목인 TV·냉장고 등 가전제품(관세율 5%), 전기기기(대부분 5%), 일반기계(5%) 관세 대부분이 즉시 철폐되고 자동차부품(관세율 5%)은 3년 내 철폐를 확보했다.
논란이 제기됐던 투자자국가소송(ISD) 조항도 포함됐다. ISD는 기업이 투자 상대국의 법령·정책 등으로 피해를 봤을 때 국제중재를 통해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는 일종의 국제소송으로, 자국기업의 해외투자가 많은 나라에는 유리하고 반대로 외국기업의 자국투자가 많은 나라에는 불리하게 작용한다.
호주에 자원개발·제조업을 중심으로 많은 기업이 진출해있는 한국으로서는 ISD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원산지 인정을 위한 협의도 신속히 진행할 것에 합의했다. 6개월 뒤 역외가공위원회를 개최하고 1년에 두 차례씩 열기로 했다.
◇ 호주산 쇠고기 수입 늘어날 듯
한·호주 FTA의 또다른 쟁점은 호주산 쇠고기 수입 문제였다. 지난달 기준으로 호주는 국내 수입 쇠고기 시장에서 56.9%의 점유율로 미국(38.9%), 뉴질랜드(3.5%)를 제치고 1위를 점하고 있다.
협상결과 양측은 FTA 발효 이후 쇠고기 수입 관세를 매년 2∼3% 단계적으로 낮춰 15년차에 완전 철폐하기로 합의했다.
한·호주 FTA가 2015년 발효된다고 계산하면 2030년에는 현재 40% 수준의 쇠고기 수입 관세가 사라진다는 얘기다. 한·미 FTA는 협정 발효 이후 12년차에 완전 철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쌀 등 농수산물도 협정대상에서 제외됐다. 고추, 마늘(신선/냉장/건조), 양파(신선/냉장/건조), 인삼류(수삼/홍삼/백삼) 및 참깨 등은 양허에서 제외했다. 마늘(냉동), 양파(냉동) 및 땅콩은 10년 이상 장기철폐하기로 했다.
사과(45%), 수박(45%), 감귤(144%) 등은 양허 제외를 했지만, 오렌지(50%), 포도(45%), 키위(45%)는 계절관세를 부여하기로 했다.
◇제조업 ‘환영’ vs 농축산업 ‘우려’
정부와 산업계는 이번 한·호주 FTA협정으로 국내 제조업의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
김영한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호주에서 철광석 등과 같은 원자재를 주로 수입했는데 앞으로 관세가 철폐되면 우리나라 제조 단가를 낮추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축산 업계는 우리 농가에 미칠 파장에 대해 우려했다. 박재홍 농협경제연구소 부연구위원은 “호주산 쇠고기의 경우 국내 점유율은 53.4%(수입액 기준)으로 높은 편”이라며 “관세가 점차 낮아지게 되면 호주산 쇠고기를 찾는 소비자가 더 늘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