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에 걸린다는 괴담, 2017년 사드 전자파가 참외를 썩게 한다는 괴담에 이어 2023년에는 후쿠시마 오염수를 둘러싼 괴담이 또다시 유포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은 어민과 수산업계의 피해가 예상된다며 관련 소비 촉진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
26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김기현 대표는 이날 오후 사드 환경영향평가 승인 관련 브리핑을 듣기 위해 성주군청을 찾았다. 이후 김 대표는 성주농산물공판장을 방문해 ‘사드 참외’라는 괴담에 시달렸던 성주 참외를 직접 시식했다. 그는 “정말 맛있다”, “최고다”라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김 대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 사드 전자파가 인체에 치명적이라고 이야기했고, 추미애 전 대표는 사람이 지나가면 안 될 정도의 강력한 전자파가 발생한다는 괴담을 퍼뜨렸다”며 “당시 박주민·손혜원·표창원 민주당 의원들은 가발을 쓴 채 전자파 밑에서 내 몸이 튀겨질 것 같다는 섬뜩한 노래를 불렀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사죄하지도 않았고 책임지지도 않았다”며 “이건 괴담이 아니라 폭력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이병환 성주군수는 “(사드 괴담 때문에) 첫 해에는 성주 참외 (판매에)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지금은 오히려 참외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며 “성주 참외가 안전하고 대한민국 최고의 과일이라는 점을 홍보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김 대표는 국민의힘 중앙당 이름으로 성주 참외 400박스를 주문하며 화답했다.
유제철 환경부 차관은 사드 기지 환경영향평가 관련 브리핑을 직접 진행했다. 정부는 지난 21일 발표한 환경영향평가에서 사드 기지 전자파가 인체 및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민의힘은 이를 토대로 ‘과학 대 괴담’이라는 프레임으로 역공에 나서고 있다. 오염수 문제 역시 7월 초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발표할 예정인 최종 보고서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번 사드 기지 환경영향평가는 지난 2017년 임시 배치 후 6년 만에 나왔는데 국민의힘은 누군가 결과 발표를 의도적으로 지연시킨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대표는 오전에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누군가 커다란 영향력을 가진 권력자가 환경영향평가 결과를 내지 못하도록 압력을 넣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사드 괴담과 가짜뉴스가 문재인 정부 5년 내내 버젓이 횡행하도록 방치·조장한 몸통이 누구인지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與는 먹방, 野는 단식
국민의힘은 사드 관련 참외 먹방뿐 아니라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횟집 가기 챌린지’를 통해 안전성 입증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23일에는 윤재옥 원내대표가 원내지도부와 함께 서울 송파구 가락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을 방문하고 시장 내 횟집에서 만찬을 함께 했다. 앞으로 상임위별 여당 의원들도 잇따라 농수산물 시장 등을 방문해 회식을 하며 수산물 안전성을 강조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가 바다와 인접한 부산, 인천을 찾아 오염수 규탄대회를 열자 방어에 나선 것이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와 여당은 괴담으로 망연자실하고 있는 수산업 종사자들과 횟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을 돕기 위해 수산물시장과 횟집에서 릴레이 식사를 이어가겠다”며 “우리 당은 과학과 행동으로 민주당의 선전선동에 맞서며 국민의 건강과 수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여당의 먹방 움직임에 야당은 단식으로 맞서고 있다. 오염수 방류 반대와 관련해 윤재갑 민주당 의원이 일주일째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고, 같은 당 우원식 의원과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박찬대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는 일본 자민당 정부 대변인 같은 해명이나 하고, 여당은 횟집에 가서 회를 먹는 게 대응”이라고 국민의힘 지도부의 먹방 행보를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