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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중남미 '핑크 타이드'…경제난·부패에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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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민 기자I 2016.09.01 15:02:43
[이데일리 김경민 기자] 지우마 호세프 전 브라질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나면서 중남미 ‘핑크 타이드’(Pink Tide·온건한 사회주의 성향의 좌파 물결)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12개 중남미 국가 중 10개국이 좌파 정권이었지만, 상당 수가 다시 우파 성향으로 돌아서고 있다.

‘불명예 퇴진’ 브라질 호세프…남미 좌파 정권의 위기

브라질 상원은 31일(현지시간) 전체회의를 열고 호세프의 탄핵안을 통과시켰다. 찬성 61표, 반대 20표였다. 호세프는 2018년까지의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브라질 역사상 두 번째 탄핵으로 불명예 퇴진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의 뒤를 이어 호세프는 브라질의 첫 여성 대통령으로 화려하게 등장했다. 그렇지만, 사상 최악의 경제난과 잇달아 터져 나온 권력형 부패 추문에 밀려 13년간 이어졌던 좌파 정권은 호세프와 함께 침몰하고 말았다.

좌파 성향의 지도부들이 줄줄이 정권을 차지하며 ‘핑크 타이드’라 불렸던 중남미가 이번 호세프 퇴진으로 다시 한번 휘청이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남미 12개 국가 중 콜롬비아와 파라과이를 제외한 10개 국가의 정치 지도부 또는 다수당이 좌파였다. 그러나 1년여의 시간 동안 우파 진영으로 상당수 지도부가 교체되고 있다. 지난 10월 당선된 지미 모랄레스 과테말라 대통령은 중도우파인 국민통합전선당이다. 이어 11월에는 아르헨티나에서 중도우파 정치인 마우리시오 마르키 대통령이 뽑히기도 했다.

12월 치러진 베네수엘라 총선에서는 중도 보수주의를 표방하는 야권 연대 민주연합회의(MUD)가 집권 통합사회주의당(PSUV)을 누르고 전체 의석의 3분의 2 이상을 가져갔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도 현재 국민소환 투표 위기에 올려 위태로운 상태다.

페루도 우파 진영으로의 교체를 예고하고 있다. 지난 4월 실시된 대선 1차 투표에서 중도우파 게이코 후지모리 후보와 세계은행 경제학자 출신인 페드로 파블로 쿠친스키 후보가 1, 2위를 차지해 5일 결선투표에서 누가 당선되든 우파로 정권은 넘어가게 된다.

경제난에 부패 문제까지…“달라진 게 없다”

남미의 좌파 물결이 밀리는 이유 중 한 가지는 ‘경기침체’다. 원자재 가격 하락과 함께 비우호적인 환율 속에 수입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살림살이가 퍽퍽해지고 있는 것. 굶주린 어린이 숫자는 1980년대 초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 좌파 지도부들의 부정부패 의혹이 끊이질 않으면서 이전 정권과 별다른 차이를 못 느끼겠다는 국민의 불만도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좌파 정권이 약속했던 ‘재분배를 통한 사회주의 정의 실현’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에 탄핵으로 정권을 교체한 브라질에서 이 같은 분위기는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브라질은 지난해 -3.8%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며, 1930년대 이후 최악의 경제 침체를 겪게 된다. 올해에도 -3.3%의 성장률로 고전할 전망이다. 올해 초 룰라 전 대통령이 브라질 국영석유회사 페트로브라스 비리 스캔들에 연루된 혐의로 검찰에 체포됐고, 호세프 전 대통령도 2014년 대선 때 경기 침체 수준을 숨기기 위해 정부 회계를 조작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미국 정치학자 케네스 M, 로버츠는 “좌파 정권의 ‘소외계층을 위한 재분배 정책’ 파급력은 매우 컸지만,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국민들도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 용어설명: 핑크타이드

2000년대 들어 중남미 대륙에 좌파 성향의 정권이 속속 입성하면서 불었던 온건한 사회주의 성향의 좌파 물결을 뜻한다. 소득 재분배를 통한 사회·경제적 불평등 축소를 지향하는 온건 사회주의 성향의 좌파 물결은 1999년 태생했다. 1999년 베네수엘라 우고 차베스의 전 대통령의 당선을 시작으로 브라질(2002년), 아르헨티나(2003년), 우루과이(2004년), 칠레·볼리비아(2006년) 등에서 좌파가 줄줄이 정권을 잡았다. 중남미 좌파 국가들은 미국 중심의 경제체제에 반대하고 경제자립을 위한 지역통합을 지지하며 소외계층을 위한 재분배 정책을 강조하는 공통점을 지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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