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의료계는 대화하자면서도 ‘조건’ 유무를 따지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사태 장기화가 불가피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30일이면 대학들이 2025학년도 대학 입학전형 시행계획을 마무리해, 의-정 갈등 사태는 새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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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지금 의과대학과 대학본부 간에 이견 조율이 조금 더 필요한 학교가 일부 있을 수가 있다”면서도 “원칙적으로 30일까지 자료를 다 내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증원 배분안 원안에 따르면 국립대들이 새로 받은 의대 정원은 △강원대 83명 △경상국립대 124명 △제주대 60명 △경북대 90명 △충북대 151명 △충남대 90명 △부산대 75명 △전북대 58명 △전남대 75명 등 총 806명이다. 이들 대학이 50%만 선발할 경우를 단순 가정하면 403명이 감축된다. 국립대 중에서도 충북대, 부산대 등 아직 내부 검토가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이들까지 감안하면 증원 규모는 당초 2000명에서 1500명으로 500명 정도 줄어든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대 정원이 사실상 확정되면 대한의사협회의 ‘의대정원 증원과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 추진 전면 백지화’ 요구 수용 후 대화는 불가능해진다. 이에 대해 박 차관은 “(의료계가) 여러 조건을 달며 대화를 회피하기보다 정부의 진의를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대화의 장으로 나와달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의대 증원 확정 이후 전공의들에 대한 행정·사법 처리를 추진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경찰이 의과대학 학생회에서 학생들의 학업 복귀를 강압적으로 막아왔던 사실에 대한 수사에 나선 데 이어 ‘전공의 집단행동’을 부추긴 혐의로 복지부로부터 고발당한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차기 회장 당선인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도 진행해서다.
이에 대해 박 차관은 “대화를 위한 유연한 처분, 즉 보류와 유예가 지금도 동일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안심시켰다. 이어 의대생 집단 유급과 관련해서도 “학생들이 유급되지 않도록 정부가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교수들은 30일, 서울아산병원과 서울성모병원은 5월 3일을 휴진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의료대란 수준의 혼란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박 차관은 “실제 형식과 요건을 갖춰서 제출된 (의대 교수) 사직서는 굉장히 적다”며 “실제로 현장을 떠나서 공백이 예상되는 그러한 일들은 크게 일어나지 않으리라고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교수 사직이) 정부 정책에 대한 어떤 항의의 표시 이런 것들이지, 정말로 환자를 뒤로 하고 떠나는 본심은 아니라고 믿고 있다”며 “예의주시하면서 상황에 맞게 관련된 대책들을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