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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안춥지"…따뜻한 겨울에 패션업계 ‘울고’ 애슬레저 ‘웃고’

김미영 기자I 2023.12.12 17:39:52

12월 접어들어서도 따뜻한 날씨 이어져
패션업계, 이상기온으로 연중 내내 실적 부진
애슬레저 업계 “‘겨울=비수기’ 공식 깨졌다”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3분기까지 실적이 안 좋은데 겨울 접어들어서도 날씨가 안 도와주니 큰 일이다.”(패션업체 한 관계자)

12월 본격적인 겨울에 접어들었지만 겨울답지 않은 따뜻한 날씨에 패션업계에서 탄식이 나오고 있다. 애슬레저 브랜드를 운영 중인 곳들만 ‘겨울은 비수기란 공식이 깨졌다’며 반색하는 분위기다.

포근한 겨울에 외투를 벗어든 시민(연합뉴스)
겨울은 패션업계가 반기는 계절이다. 겨울철 의류 단가가 높아서다. 하지만 이달 들어서도 서울 한낮 기온이 한때 17도에 육박하는 등 기온이 오르락내리락하는 모습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구 온난화 때문에 올겨울이 예년과 비슷하거나 따뜻할 것이란 전망이 있어 걱정”이라며 “롱 패딩과 같은 아우터 매출이 기대에 못 미친다”고 했다.

패션업계는 올해 내내 불안감에 떨어야 했다. 고물가에 소비심리가 위축된 데다 ‘날씨 악재’까지 겹친 까닭이다. 올가을도 기상 관측망이 전국으로 확대된 1973년 이후 세 번째로 높은 평균기온을 기록해 “사람들이 가을 옷을 사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의복 소매판매액은 올 4월부터 10월까지 줄곧 작년 같은 달보다 적었다. 9월 판매액은 전년 동월 대비 9.8%, 10월은 6.7% 각각 줄었다.

업계 실적도 좋지 않다. LF(093050)한섬(020000)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51.5%, 73% 줄었다. 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의 영업이익은 75.1% 떨어졌다.

업계는 나름의 돌파구를 찾는 분위기다. 다른 의류업체 관계자는 “예전에는 두터운 겉옷과 경량 제품의 비중을 8 대 2로 뒀다면 이제는 6 대 4 정도로 조정하는 중”이라며 “경량에 소재 고급화로 단가를 올리면서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쪽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운동은 물론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입을 수 있는 애슬레저 의류업계는 날씨 영향권에서 다소 벗어났다. 젝시믹스 브랜드를 운영하는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337930)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애슬레저업계는 2분기까지 증가세를 유지하다 매출이 줄어들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며 “겨울 아우터 등과 기모 소재 의류들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여성뿐 아니라 남성 매출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적도 좋은 편이다.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11% 성장한 1681억원, 영업이익은 6% 증가한 140억원을 기록했다. 다른 애슬레저 브랜드인 안다르도 올해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132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달성액(126억원)을 넘어섰다. 누적 매출은 1447억원으로 지난해 연매출 1691억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안다르 측은 “격식을 차린 오피스룩 대신 편안한 복장을 입는 회사원들이 늘었고, 실내외에서 운동하는 이들이 많아 겨울에도 매출이 느는 중”이라며 “올 10~11월 매출액은 직전 3분기보다 늘었다. 전년도 4분기 전체(10~12월) 매출보다도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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