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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1일 치러지는 전국 교육감선거에선 17개 시·도 중 7곳에서 진보·보수 간 양자대결이 벌어진다. 교육감선거는 2007년 직선제 도입 이후 단일화 여부에 따라 승패가 갈렸다. 이런 가운데 4년 전 선거에 비해 양자대결 구도가 확대되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상대 후보 분열로 의한 어부지리 없이 진검 승부가 펼쳐질 수 있어서다.
3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교육감선거에서 진보·보수 1대 1 대결이 치러지는 곳은 경기·부산·대구·울산·충북·경남·제주 등 7곳이다. 4년 전 선거 땐 대전·강원·충북·제주 등 4곳에서만 양자대결이 펼쳐졌다. 후보 단일화 여부가 승부를 가른다는 판단에 따라 보수 진영서도 단일화에 공을 들린 결과다.
◇부산·울산 등 직선제 도입 후 첫 양자대결
부산교육감선거에선 부산교대 총장을 지낸 하윤수 후보가 다른 후보 4명과의 단일화에 성공했다. 부산 교육감선거에서 진보·보수 양자대결이 치러진 것은 2007년 직선제 도입 이후 처음이다.
하 후보는 학력신장·인성교육·안전보건·혁신소통·교육복지 등 6대 공약을 통해 “진보교육 8년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돼온 학력저하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구체적 공약으로 초등 학력진단평가와 중등 학업성취도 평가 등을 내걸었다.
3선에 도전하는 김석준 후보는 이에 맞서 ‘든든+ 소확행 공약’을 제시했다. 지금까지의 교육정책을 유지하면서 생활밀착형 공약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것. 김 후보가 제시한 공약은 △식품알레르기 대체 식단 제공 확대 △초등학교 입학준비금 20만원 지원 △유치원교사 1인당 원아 수 감축 △다문화가정에 AI 한국어튜터 제공 등 총 25개에 달한다.
교육감선거에선 현직이 유리하다는 평가가 중론이지만, 하 후보가 보수진영 단일화에 성공하면서 여론조사에서 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경쟁이 격화되자 최근에는 김 후보가 하 후보의 학력을 ‘허위 학력’으로 규정, 공격에 나섰다. 하 후보가 남해종고·부산산업대를 졸업했음에도 불구, 졸업 이후 변경된 교명인 남해제일고·경성대로 학력을 표기했다는 지적이다. 하 후보 측은 이에 대해 “학벌지상주의와 학력에 대한 편견이 실망스럽다”며 역공을 펴고 있다.
경기도교육감선거에서도 보수성향의 임태희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진보성향의 성기선 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경쟁하고 있다. 이재정 전 경기교육감이 3선 출마를 포기하면서 성 후보가 진보 후보로 출마했다. 역시 최근의 여론조사에서 양 후보 간 격차는 0.2%포인트 내로 초 접전 양상이다. 오마이뉴스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 지난 19~20일 경기도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30.3%가 임 후보를, 30.1%는 성 후보를 지지(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했다. 임 후보는 학교 자율성을 훼손하는 ‘9시 등교제’를 폐지하고, 학력을 강화하겠다고 공약했다. 성 후보는 전인적 성장을 위한 체육·예술·독서·교육 강화를 내세웠다.
울산에서도 2007년 이후 처음으로 진보 대 보수 간 양자대결이 벌어지고 있다. 재선에 도전하는 진보성향 노옥희 후보와 김주홍 울산대 명예교수 간 대결이다. 노 후보는 사립유치원 무상교육 등을 공약했으며, 김 후보는 학생들의 학력 향상을 들고 나왔다.
◇제주 4년 만에 ‘리턴매치’ 관심
충북에서도 3선에 도전하는 진보성향 김병우 후보와 청주교대 총장을 지낸 보수성향 윤건영 후보가 맞붙었다. 윤 후보는 최근 2명의 보수 후보와 단일화에 성공했다. 경남에서도 3선에 도전하는 진보 박종훈 후보와 보수 단일화에 성공한 김상권 전 경남교육청 교육국장 간의 경쟁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제주에선 3선에 도전하는 이석문 후보와 보수 후보 단일화에 성공한 김광수 전 제주도의회 교육의원이 4년 만에 ‘리턴 매치’를 펼친다. 대구에선 현직인 강은희 후보와 보수 단일화를 이룬 엄창옥 경북대 교수가 대결한다.
교육감선거는 ‘깜깜이 선거’로 불릴 만큼 후보·공약을 모른 채 투표하는 경우가 많다. 그간 후보 단일화 여부가 승부를 갈랐던 것도 이 때문이다. 2018년 교육감선거에선 단일화에서 성과를 보인 진보성향 후보들이 17개 시·도 중 14곳에서 당선됐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보수진영에서 학습효과가 생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8년 인천교육감 후보로 출마했던 박융수 서울대 사무국장은 “교육감선거가 워낙 깜깜이 선거로 치러지다보니 단일화에 성공했거나 이름이 조금이라도 더 알려진 후보가 유리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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