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관계자는 3일 “미국의 반도체 관세와 관련한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부는 관련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우리 기업에 불리한 영향이 없도록 미국 측과 긴밀히 협의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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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2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혁신장관회의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내 반도체 생산과 관세 혜택을 연계한 새로운 관세 체계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트닉 장관은 이를 “표적화되고 신중한 관세 정책”이라고 규정하면서 “미국에서 생산하면 관세를 내지 않지만 미국에서 생산하지 않는다면 세계 최고의 시장에 들어오기 위해 관세를 낼 각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에 생산시설을 짓는 기업에는 관세를 감면하거나 면제하고, 그렇지 않은 기업에는 관세를 부과해 현지 투자를 끌어내겠다는 구상이다.
러트닉 장관이 한국 반도체 기업의 미국 생산 확대를 압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7월 9일 뉴욕주 클레이에서 열린 마이크론의 신규 메모리 반도체 공장 착공 행사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거론하며 미국에 공장을 짓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마이크론의 미국 투자가 경쟁사들의 현지 생산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도 폈다.
당시에는 투자 유치 의지를 밝히는 수준이었지만 이번에는 관세라는 구체적인 압박 수단을 꺼내 들었다. 러트닉 장관은 미국 내 반도체 투자 약속이 총 1조2000억달러에 달한다며 대만 TSMC와 미국 마이크론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대표적인 성과로 제시했다.
특히 마이크론이 미국에서 메모리 생산시설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메모리 전공정 생산시설 투자를 요구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단순한 연구개발(R&D)이나 후공정 투자가 아니라 웨이퍼에서 D램 등을 생산하는 팹을 미국에 건설하라는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3500억달러와 별도라면…정부·기업 부담 이중화
미국의 반도체 투자 압박은 한미가 합의한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와 별개 트랙으로 진행되고 있다.
한국은 2000억달러 규모의 전략투자와 1500억달러 규모의 조선 협력자금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전략투자는 미국 측 투자위원회가 후보 사업을 추천하고 미국 대통령이 최종 프로젝트를 선정하면 한국이 자금을 투입하는 구조다. 우리 정부는 미국이 제안한 1차 대미 투자 프로젝트인 △200억달러 규모 텍사스 엔시날 가스복합발전소 프로젝트 △160억달러(약 22조원) 규모 탄소포집·저장(CCUS) 프로젝트(미드웨스트 카본 익스프레스)를 놓고 막판 협상을 진행 중이다.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미국 반도체 공장 투자는 개별 기업이 결정하고 자금을 부담하는 직접투자다. 미국이 두 투자를 별개로 취급한다면 한국 정부가 대미 전략투자를 집행하는 동시에 국내 기업들은 관세를 피하기 위해 추가적인 생산시설 투자에 나서야 한다.
정부로서는 3500억달러 투자와 국내 반도체 기업의 기존·예정 투자를 관세 감면 실적으로 최대한 인정받는 게 관건이다. 그러나 미국은 아직 구체적인 관세율과 면제 기준을 공개하지 않았다. 미국에 생산시설을 보유하기만 하면 되는지, 투자액이나 현지 생산량에 따라 감면 한도를 정할지,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물량에도 혜택을 적용할지 등이 불분명하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반도체 생산시설을 운영하고 있으며 테일러에도 신규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약 40억달러를 투자해 고대역폭메모리(HBM)용 첨단 패키징 생산기지와 R&D 시설을 조성하고 있다.
문제는 미국이 패키징과 R&D 투자를 전공정 생산시설과 동일하게 인정할지다. 미국이 관세 면제 기준을 미국 내 웨이퍼 생산에 맞춘다면 SK하이닉스의 기존 인디애나 투자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
미국에 투자한 기업이라도 미국 생산분만 관세를 면제하고 한국 공장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반도체에는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기업들은 관세를 피하기 위해 생산시설을 미국으로 추가 이전해야 하는 압박을 받는다. 미국의 요구가 단순한 통상 현안을 넘어 국내 반도체 생산기반과 공급망 재편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실제 한정된 투자 재원이 미국으로 쏠리면 정부가 ‘3대 메가프로젝트’의 하나로 추진하는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의 기업 투자와 생산시설 유치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부는 호남을 차세대 반도체 생산 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해 전력과 용수, 부지 등 기반시설을 조성하고 민간 투자를 끌어들인다는 구상이다. 수도권에 집중된 반도체 산업을 호남으로 확장해 새로운 성장축을 만들고 지역균형발전까지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미국이 관세 면제 조건으로 메모리 전공정 공장까지 요구하면 국내 신규 투자를 확대하려는 정부 정책과 미국 현지 생산을 늘려야 하는 기업 전략이 충돌할 수 있다. 미국의 반도체 관세가 단순한 통상 현안을 넘어 국내 산업정책과 지역균형발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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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미국 주정부 차원에서는 한국 반도체 기업의 추가 투자 유치전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디애나경제개발공사(IEDC)는 최근 이데일리 질의에 SK하이닉스의 웨스트라피엣 첨단 패키징·R&D 사업을 넘어 메모리 전공정 생산시설까지 유치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IEDC는 SK하이닉스의 전공정 공장을 인디애나주에 유치하기를 희망하느냐는 질문에 “SK하이닉스와 함께할 미래에서 강력한 가능성을 보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단순히 반도체 투자를 놓고 경쟁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여건을 구축하고 있다”며 “반도체 가치사슬 전반을 뒷받침하는 생태계를 의도적으로 조성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공정 공장 유치에 필요한 여건도 적극적으로 내세웠다. IEDC는 인디애나주가 풍부한 용수와 전력, 숙련된 인재를 갖추고 있으며 기업의 투자 위험을 낮추고 필요한 인프라를 공급하기 위한 폭넓은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SK하이닉스나 SK그룹과 전공정 공장 건설을 실제로 논의했는지, 후보 부지를 물색하거나 평가했는지에 대해서는 “민간 기업 파트너의 사업장 입지와 관련해 진행됐을 가능성이 있는 어떠한 논의에도 답변하지 않겠다”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구체적인 세제·인프라 인센티브도 공개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