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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고용부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고용부는 비정규직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어 중앙행정기관과 공공기관이 제출한 민간위탁 사무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여부에 대한 타당성 검토 결과를 의결했다. 이번 비정규직 TF 회의에는 총 14개 공공기관의 정규직 전환 결정에 대한 타당성이 검토됐다.
회의에서 14개 공공기관은 콜센터와 전산유지보수,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근로자를 모두 비정규직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14개 공공기관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 한국조세재정연구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목포시, 송파구, 경기주택공사 등이 포함됐다.
고용부는 더 이상 비정규직TF 회의를 열지 않을 예정으로,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에서 조금씩 손을 떼는 모습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공공기관에서도 이제는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서 힘들다고 느끼는 것 같다”며 “정규직 전환을 할 만한 공공기관은 거의 다 했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권이 바뀐 분위기에서 정규직 전환 수요는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로써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부터 5년간 추진된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은 마무리 단계를 밟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말 기준 공공부문 비정규직 20만 3000명의 정규직 전환이 결정됐고, 19만 8000명의 전환이 완료됐다. 다만 콜센터, 전산유지보수 근로자 등이 포함된 민간위탁 사무에 대한 정규직 전환은 부진했다.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지방 공기업까지 포함한 전체 공공부문 중 민간위탁 사무에 대한 정규직 전환 여부를 결정한 곳은 74곳에 불과했다. 이 중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한 곳도 11곳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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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은 윤석열 정부의 노정 갈등의 뇌관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정부에서 신분만 정규직으로 바뀌었을 뿐 처우개선부터 임금체계 개편, 공무직 법제화까지 해결되지 않은 숙제들이 산적해있기 때문이다. 고용부가 중심이 된 공무직위원회는 관련 문제를 논의하고 있지만, 위원회 운영 기한인 내년 3월까지 결론을 내놓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윤석열 정부가 공공기관 혁신안에 구조조정, 인력감축 등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에서 정규직으로 신분이 바뀐 근로자들이 첫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특히 자회사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한 5만여 명의 근로자들이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양대노총 공공부문 노조들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공공기관 구조조정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정흥준 서울과기대 경영학과 교수는 “새 정부 들어 정규직화 정책이 추진 동력을 잃은 것은 사실이지만, 향우 잠재적 갈등 요인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잘 마무리를 할 필요가 분명히 있다”며 “특히 정규직 전환자에 대한 구조조정 등으로 인한 갈등은 정부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폭발력을 가질 위험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