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쌓기용·보험용으로 전락해버린 탓에 권위가 떨어지고, 자격증 남발로 중개사 과잉시대가 돼 버렸다.”(공인중개사 협회 관계자)
앞으로 공인중개시장 진입 문턱이 높아질 전망이다. 공인중개사 자격증 시험 방식을 기존 절대평가에서 상대평가로 바꾸는 법안이 발의됐기 때문이다.
당장 20대 취업준비생과 4060 은퇴자들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공인중개사들의 전문성 강화와 산업구조 개편을 위해 상대평가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아 논란이 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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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국회와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하영제 국민의 힘 의원은 지난 11일 공인중개사 시험을 절대평가에서 상대평가로 바꾸는 공인중개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합격 인원수를 제한해 공인중개사 시험 문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이번 법 발의에는 야당의원 9명과 함께 여당인 더불어 민주당 의원도 이름을 올렸다.
이데일리가 입수한 발의 법률안을 보면 ‘국토교통부 장관이 직전 3년간의 공인중개사자격시험 응시인원 및 개업공인중개사ㆍ소속공인중개사 수 등을 고려해 공인중개사자격시험의 선발예정 인원을 결정한다’고 명시했다. 최종 인원 수 결정은 공인중개사 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결정하게 했다.
공인중개사 시험은 ‘국민 자격증’으로 불릴 만큼 진입 장벽이 낮은 시험으로 평가되고 있다. ‘절대평가이기 때문에 꼼꼼히만 준비하면 합격할 수 있다’는 인식 탓에 은퇴장 중장년층과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까지 공인중개사 시험에 몰두할 정도였다. 그야말로 ‘레드오션 시장’이 된 것이다.
시험 응시 자격 제한이 없을 뿐 아니라, 부동산학개론과 민법에서 각각 40점 이상을 받고 평균 60점 이상만 받으면 1차 시험을 통과할 수 있다. 1차 합격 후 2년간 응시 자격이 주어지는 2차 시험도 과목수만 늘어날 뿐 통과 조건은 같다. 공인중개사 관련 법 3과목을 각각 40점 이상, 평균 60점을 받으면 공인중개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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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수 인원도 매년 늘고 있다. 2016년(27만3251명), 2017년(30만5316명), 2018년(32만2577명) 증가세를 이어오다 지난해 29만8227명으로 잠시 주춤했지만, 올해 5만명 가까이 늘면서 역대 최다 접수를 기록한 것이다. 통상 합격율이 20%대인 점으로 볼 때 매년 1만여명의 공인중개사가 탄생하는 셈이다. 올해 31회 공인중개사 시험 합격자만해도 1만 6554명에 달한다.
◇“자격증 따놓고도 개업 안해”vs“은퇴 후 뭐 먹고 살란 말이냐”
문제는 공인중개사자격증을 따놓고도 개업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선 따놓고 나중에 정 할 것 없으면 개업하면 된다’식으로 인식되면서 ‘장롱 면허’로 전락한 게 현실이다. 그러다보니 합격 이후 자격증을 장기간 방치한 탓에 전문성 결여 등의 문제가 지적돼 왔다.
하 의원실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공인중개사 자격증 보유자는 45만명인데, 이 중 약 10만6000명(23.5%)만이 공인중개사사무소를 개업했다. 소속공인중개사로 취업한 인원도 약 1만4000명에 불과한 상황이다.
추후 자격증 보유자들이 개업을 할 경우 과열 경쟁으로 부동산 시장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하 의원은 “현재 공인중개 시장은 경쟁 과열을 넘어 출혈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면서 “자격증 보유자가 너무 많아 관리도 안되는데다, 자격증 대여 등의 고질적 문제도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 의원이 수급 조절을 명분으로 상대평가 도입을 발의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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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만약 법이 통과되더라도 당장이 아닌 유예기간이 주어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현재 시험을 준비 중인 예비 공인중개사들의 반발이 벌써부터 커지고 있다”며 “이미 시험을 준비하고 있던 예비 응시자들을 고려해 유예기간을 2년 이상 주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앞서 공인중개사와 비슷한 난이도의 시험으로 평가받는 주택관리사 시험도 2016년 ‘주택법 일부개정법률’에 따라 상대평가를 도입, 올해부터 절대평가가 아닌 상대평가로 주택 관리사를 선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