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證 제재 장고하는 금감원…“징계에 변함없다”(종합)

이명철 기자I 2019.02.22 15:36:45

두차례 제재심 결론 못내…2월에도 안건 상정 무산
법리적 검토·업계 파장 등 고려…“서두르지 않겠다”

한국투자증권(왼쪽)과 금융감독원 사옥 전경.(사진=각사 제공)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한국투자증권(한투증권)의 발행어음 부당 대출 혐의를 두고 금융감독원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회사 측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데다 업계에 미칠 파장을 고려할 때 제재 수위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징계를 내리겠다는 방침은 변함이 없는 만큼 충분한 시간을 두고 검토해나가기로 했다.

◇금감원, 기존 입장변화 없어…“충분한 시간두고 검토”

2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달 28일 열릴 예정인 제재심의위원회에 한투증권의 부당 대출 안건을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발행어음의 법리적 해석 외에도 다른 위반 사항들을 검토하면서 제재심이 미뤄지게 됐다”며 “현재로서는 2월 제재심에는 상장하지 않을 것이고 다음 달 상정 여부 등도 정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3월 중 두세 차례 열릴 예정인 제재심에서 언제 안건을 상정할지를 특정하지 않은 것”이라며 “징계를 내리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제재심 시기를 결정하지 않았을 뿐 검토를 마치면 언제든지 안건 상정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그는 “발행어음 부당 대출에 대한 징계 전례가 없어서 서둘러 결정을 내리기보다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검토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달 중 후속 제재심을 통해 한투증권에 대한 징계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었다. 윤석헌 금감원장도 최근 기자들과 만나 “한투증권의 제재심은 2월 중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21일에 이어 28일 제재심에 해당 안건이 상정되지 않게 되면서 2월 결정은 이미 무산됐다. 금감원의 장고가 계속되면서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한투증권에 대한 제재심 자체가 무기한 연기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부당 대출이냐 아니냐’…법리적 해석 두고 이견 커

한투증권에 대한 제재가 수개월째 미뤄지는 이유는 발행어음 부당 대출에 대한 법리적 해석 때문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한투증권에 대한 종합검사 후 제재안을 제재심에 상정한 바 있다. 2017년 8월 특수목적법인(SPC)인 키스아이비제십육차 대상으로 유입된 1600억원대 발행어음 자금이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흘러가 개인 대출을 금지한 법 사항을 위반한 것 아니냐는 혐의가 발견돼서다.

한투증권의 발행어음 자금이 들어간 키스아이비제십육차는 SK실트론의 지분 19.4%를 매입했는데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체결한 최 회장이 사실상 자금을 투입하지 않고 지분을 확보하는 효과를 보게 됐다.

이것이 발행어음의 개인 대출을 금지한 자본시장법을 어겼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고 한투증권은 SPC 대상으로 자금이 들어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최종 판단은 제재심의위원들이 하게 되는데 양측 모두 위원들을 설득하기 위한 논리 구축에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는 해석이다.

지난해 12월 처음 제재심을 열었지만 법무법인을 동원한 회사 측 주장과 금감원 반론이 이어지며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후 지난달 다시 열린 제재심에서도 오후 11시를 넘기면서까지 공방이 펼쳐져 결정을 미뤘다. 발행어음과 TRS 거래에 대해 중징계가 내려질 때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업계의 우려도 고려해야 한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도입이 얼마 되지 않은 발행어음은 이번 징계가 처음이어서 앞으로 제재 여부를 결정할 때 선례가 될 수 있다”며 “금감원도 안팎의 지적을 최소화할 결정이 중요한데 특히 SPC에 대한 발행어음 대출 자체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어 기준을 잘 세워야 한다는 게 금감원의 고민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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