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피리투 산투, 스위스 업체 협조 아래 부실 `은폐`

김유성 기자I 2014.08.18 17:16:53

페이퍼 컴퍼니까지 동원해 회사채 매입하는 등 투자자 `기만`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지난달 파산보호 신청한 포르투갈 대기업 에스피리투 산투(Espirito Santo) 인터내셔널이 스위스 금융업체 협조 아래 조직적으로 부실을 숨겨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에스피리투 산투는 부실 계열사들을 한 데 묶은 회사채를 발행하고 크레디트 스위스 등 스위스 금융 기업은 이를 판매했다. 이들은 일반 투자자들의 회사채 매입을 유도하기 위해 페이퍼 컴퍼니까지 동원했다.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스위스 투자은행 크레디트 스위스는 에스피리투 산투 그룹 계열사들을 묶은 회사채 상품을 일반 소비자는 물론 해외 투자자들에게 판매했다. 유로뉴스 등 외신들은 크레디트 스위스가 에스피리투 산투의 회계 부정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추측했다.

에스피리투 산투는 부실을 숨기기 위해 관계사의 페이퍼 컴퍼니까지 동원했다. 2009년까지 에스피리투 산투 자회사였던 스위스 금융업체 유로핀이 페이퍼 컴퍼니를 동원해 옛 모회사 회사채를 매입했다.

2009년 이후 유로핀과 에스피리투 산투의 지분 관계는 청산됐다. 그러나 에스피리투 산투가 파산하기 전까지 두 회사는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사실상 관계사로도 볼 수 있다.

현재까지 드러난 유로핀의 페이퍼 컴퍼니는 ‘톱 렌다’,‘유로아포로 인베스트먼트’, ‘포우판카 플러스’, ‘EG프리미엄’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들 모두 아일랜드,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프랑스 북부 등 조세피난처에 본사를 두고 있다.

명목상 투자은행이지만 실제 하는 일은 없다. WSJ는 일반적인 업무인 증권 발행 대행이나 금융 업무를 이들 기업은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업체들은 우선주를 위주로 에스피리투 산투의 보유 주식을 매각했다. 판매한 돈을 다시 에스피리투 산투 회사채 상품을 되사는 방식을 취했다. 회사채 매입을 통해 에스피리투 산투의 신용 등급 유지는 물론 일반 투자자들의 투자를 유도한 것이다. 이 와중에 에스피리투 산투의 금융 부실은 커졌다.

포르투갈 정부도 유로핀이 에스피리토 산토의 금융 부실을 주도했다고 보고 있다. 유로핀과 크레디트스위스는 이같은 의혹을 전면 부정하고 있다.

포프투갈 중앙은행은 모기업 에스피리투 산투의 파산보호 신청으로 어려움에 처한 자국내 2위 은행 방코 에스피리투 산투(BES)에 49억유로(약 6조8100억원) 규모의 구제금융을 하기로 결정했다. 은행은 쪼개져 곧 매각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지난달 에스피리투 산투 인터내셔널은 회계부정으로 당국에 적발돼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모기업과 연관된 부실 여신으로 BES는 대규모 적자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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