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위에 불을 붙인 건 마리아 델 카르멘 아바스칼(87)의 강제 퇴거였다. 그는 지난 23일 마드리드 레티로 지구의 아파트에서 들것에 실려 구급차로 옮겨졌다. 1956년 아버지가 처음 세를 얻은 뒤 70년 동안 살아온 집이다.
앞선 세 차례 퇴거 시도는 법원이 막았지만, 세입자조합 활동가들이 밤새 건물을 지킨 가운데 네 번째 집행은 끝내 진행됐다. 2018년 건물을 사들인 투자펀드 우르바헤스티온은 월 500유로(약 77만원)였던 임대료를 2650유로(약 410만원)로 올렸다. 이후 1650유로(약 255만원)로 낮췄지만, 월 1450유로(약 224만원)의 연금으로 사는 아바스칼은 감당할 수 없었다.
마드리드 지역방송 텔레마드리드에 따르면 건물주는 퇴거 유예 요청을 거부했고, 법원은 유엔 사회권위원회의 퇴거 연기 요청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마드리드시는 아바스칼이 원하면 즉시 주거지를 제공하겠다는 입장이다.
평생 거주가 보장되던 계약이 끝난 건 법 때문이다. 아바스칼의 계약은 1985년 이전에 맺은 ‘렌타 안티구아’(옛 임대계약)로, 세입자가 살아 있는 한 갱신이 보장되고 임대료도 묶여 있었다. 하지만 1994년 개정 도시임대법은 원래 세입자 사망 후 계약 승계를 두 차례로 제한했다. 배우자는 기한 없이, 자녀는 2년 또는 25세가 될 때까지 중 더 늦은 시점까지만 승계할 수 있다.
아버지 사망 후 어머니가 계약을 물려받았고, 2005년 어머니가 숨지면서 아바스칼이 두 번째 승계자가 됐다. 장애 정도 65% 이상이면 평생 거주할 수 있지만 그의 장애 판정은 50%에 그쳤고, 대법원은 계약 종료를 확정했다. 현지에선 30년 넘게 이 법을 방치한 역대 정부의 책임론이 일고 있다.
시위에 나선 간호사 도라 가르시아(55)는 “주거는 권리”라고 말했고, 교사 시몬 데 라 리바(43)는 “벌처펀드(부실자산을 사들여 차익을 노리는 투기성 펀드)가 집을 사들이는 건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스페인은 주택이 약 55만채 부족하고, 공공임대주택 비중은 2%에도 못 미쳐 유럽연합(EU) 평균(8%)을 크게 밑돈다.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이날 사회노동당(PSOE) 행사에서 “정부는 오는 화요일(29일) 주택 관련 긴급 법령을 국무회의에 올리기 위해 시간과 싸우며 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위대는 임대료 동결 등을 요구하며 ‘마리카르멘 법령’이 처리될 때까지 솔 광장에서 텐트 농성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아바스칼은 “내 집은 지키지 못했지만 다른 사람들이 싸우는 법을 배울 수 있도록 싸웠다”고 말했다.
|


![[단독] '취직 못한 회계사' 문제 심각…“신입 더 뽑아달라” 절박한 호소](https://image.edaily.co.kr/images/vision/files/NP/S/2026/09/PS26092801083t.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