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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해수위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야당 단독으로 처리했다. 재석 17명 중 찬성 10명, 기권 7명으로 의결했다. 당초 오전 10시에 개의 예정이었던 농해수위 전체회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두고 끝까지 첨예한 대립을 이뤄 법안 상정에 합의하지 못해 약 40분가량 지연됐다. 여당의 강한 반대에도 민주당 소속 소병훈 농해수위 위원장은 정족수를 채웠다는 명분으로 전체회의를 개의했다.
여당 간사인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에서 “쌀 시장격리 의무화는 겉으로는 농민을 위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쌀 산업을 망치는 대표적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국감이 끝난 뒤 공청회, 토론회를 거쳐 결정하자고 주장했음에도 일방적 날치기 처리를 진행 중”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개정안이 처리되면) 쌀 재배 면적이 증가돼 쌀의 구조적 공급과잉이 심화될 것이다. 정부 재정부담이 증가해 미래농업에 대한 투자가 감소돼 농업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라고 주장했다.
앞서 당정은 전날 양곡관리법 개정안 관련 당정협의회를 열었지만 쌀 만성 과잉 생산 상태에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결론을 내리며 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에 대해 신정훈 민주당 의원은 “올해 상반기부터 쌀 시장격리를 촉구하는 서삼석 민주당 의원의 기자회견부터 70여 차례나 국민의 아우성이 있었다”며 “이에 대한 토론이나 대안 제시를 회피하던 여당이 상대 당의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을 ‘양곡공산화’법이라고 하는 건 생억지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번 개정안에는 생산조정안을 담고 있다”며 “정부 자료를 보면 2010년부터 2013년까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생산조정안 덕에 쌀 시장격리가 필요 없어서 예산낭비도 없었다. 생산조정을 충실히 하게 되면 시장격리를 할 필요도 없어서 예산낭비가 아니라 예산낭비 최소화를 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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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전체회의에선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다시 소환됐다. 국민의힘은 이번 양곡관리법 개정안 통과를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덮기 위한 민주당의 전략이라고 보았다. 이양수 의원은 “‘이재명 공천권’이 그렇게 무섭냐”며 공격에 나섰고 같은 당 안병길 의원도 “이 대표의 명령 한마디를 쫓아 날치기하려 한다. 어디까지나 이재명 방탄법에 불과하다”며 “다른 작물의 가치가 폭락하면 무법·대추법·생강법, 축산물·수산물·공산물 관리법도 만들 것인가”라고 쏘아붙였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에 대해 사과를 요구했다. 농해수위 민주당 간사인 김승남 의원은 “이번 개정안은 당론으로 해서 급조된 법이 아니다”라며 “우리 당 대표를 연계시켜서 정치적 공세를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사과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윤재갑 의원도 “민주당에 이재명 대표 강조하니 공천이 두렵냐 어쩌느냐 하는데 본인들에게 잣대 들이대 보아라”며 반박하기도 했다.
소병훈 농해수위 위원장은 양당 의원들의 ‘샅바 싸움’이 이어지자 발언을 정리하고 법안 표결을 진행했다. 소 위원장이 “그 정도면 충분히 (의사진행 발언을) 하신 것 같으니 의결하도록 하겠다”며 법안 처리를 시도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위원장석을 둘러싸 “장관의 의견을 들어볼 시간이 필요하다”, “무효야 무효”라며 반발했다. 소 위원장은 여당의 거센 반발에도 거수 표결로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산회 후 여야는 연이어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발표했다. 민주당은 “쌀값을 물가정책과 연동하려는 재정 당국의 재량권 남용을 방지하고 농가 소득 보장, 쌀값 안정화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 장치”라며 법안 통과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한편 국민의힘은 “민주당은 지금이라도 농업파탄법인 양곡관리법을 철회하고 철저히 농업과 농촌의 미래를 진정으로 걱정하는 농민들의 눈높이에서 대한민국의 쌀 시장의 구조적 해법을 마련하는데 동참할 것”을 당부했다. 앞서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도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농민을 보호한다면서 더 어려운 사지로 모는 양곡관리법 날치기 처리를 당장 멈추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다만 개정안의 효력이 발생하기 위해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의 산이 남아 있다. 특히 법사위의 경우, 국민의힘이 위원장으로 있는 만큼 처리 여부는 미지수다. 해당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최장 60일간 심사를 거쳐 본회의에 부의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