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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가 전통적인 보수 텃밭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권 시장의 결단은 이례적이라고 풀이된다. 일단 당의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 무난한 지역에서 재선까지 성공한 현역 시장이 자진 용퇴를 택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깐부’를 자처하며 츨마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난 터라, “다음 시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호흡을 맞출 수 있어야 한다”는 이유로 전격 번복한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결국 공천 경쟁력에서 밀린다는 판단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당선인과 대선 경선 막판까지 접전을 벌였던 홍 의원이 일찌감치 출마 의지를 밝힌 데다가, 김 의원까지 최고위원직을 내려놓고 출사표를 던지면서 중량감 있는 인사들이 대구로 몰려드는 형국이 됐다. 그러나 최근 진행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둘을 넘어서지 못하는 지지율로 고전하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공천관리위원회가 전날 페널티 규정을 1인당 최대 10%로 하향 조정한 게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최고위원회의에서 결정한 원안대로라면 홍 의원이 25%까지 감점을 받을 예정으나, 수정안에 따라 10%로 줄어들면서 권 시장의 부담이 커졌다는 것이다.
이제 출렁이는 ‘양강’ 판도에서 권 시장의 지지율을 누가 흡수하느냐가 승부처로 전망된다. 다만 유 변호사의 등장으로 ‘3자 구도’가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대구를 정치적 고향으로 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24일 달성 사저로 입주하면서 최측근인 유 변호사의 대구시장 출마설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유 변호사는 이번 주 내에 관련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한편 경기도에서는 이미 출마 선언을 했던 김영환 전 장관이 돌연 충북행을 저울질하는 중이다. 이는 전날 충북 출신 국회의원들이 김 전 장관을 만나 충북지사 후보 경선 참여를 요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개됐다.
김 장관이 고민하는 배경에는 유승민 전 의원의 전략공천설이 자리한다. 국민의힘은 여소야대 정국 속 국정 운영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경기도 탈환이 필수적이라는 계산을 하고 있다. 중도 확장성이 있으면서 인지도가 높은 유 전 의원의 차출설이 꾸준히 제기됐던 이유다. 유 전 의원은 이번주 내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경기도지사 예비후보로 등록한 도내 전직 국회의원들은 이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