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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분향소 이전' 서울시 제안…유족 "일방적 통보, 처음 들어"

조민정 기자I 2023.03.07 16:40:54

이종철 유가족 대표 "유족과 협의된 바 아냐"
서울시, 4월 1~5일 공동 운영 후 추모공간 제안
유족 측 "정부 공식 입장 원해…책임 인정해야"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서울시가 다음 달 1일부터 5일까지 서울광장 이태원 분향소를 유가족과 공동 운영한 뒤 항구적인 추모공간을 설치하자고 제안한 가운데, 유가족 측은 “일방적인 제안으로 처음 듣는 얘기”라고 반발했다.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설치된 이태원참사 분향소.(사진=방인권 기자)
이종철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협의회) 대표는 7일 오후 서울시의 제안이 나온 직후 “유가족과 합의됐다고 말 못한다”며 “항구적 추모공간이 마련될 장소에 대해서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서울시는 앞서 이날 브리핑을 통해 분향소 운영을 4월에 마친다면 이후 유가족과 정부, 서울시가 소통할 수 있는 장소를 서울시청 인근에 마련하겠단 계획을 밝혔다. 유가족을 위한 임시 추모공간과 항구적인 추모공간 설치도 검토하고 있다. 임시 추모 공간 장소로는 서울시청 무교청사 이태원참사 원스톱통합지원센터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동률 서울시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159명 희생자 분들의 영정과 위패를 모신 진정한 의미의 분향소를 오는 4월 1일부터 5일까지 함께 운영하자는 방식을 제안한다”며 “오늘 발표한 내용은 유가족 측의 대리인과 협의한 것으로 오늘 제안에 대해서 유가족 측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검토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나 유족들은 “서울시가 말하는 대리인이 누구인지 모르겠다”며 협의되지 않은 사항이라고 반박했다. 이종철 대표는 “서울광장 분향소가 있는 한 서울시가 유가족 동의 없이 분향소를 다른 곳에 설치할 수 없다”며 “서울광장에서 무작정 버티는 게 아니고 공식적으로 참사의 책임을 인정한다는 입장을 듣고 싶은 것”이라고 했다.

분향소를 찾은 조문객들도 유족 측 입장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이날 분향소를 찾은 애니 권(46)씨는 “참사 희생자를 기리는 건 기본적 도리라고 생각한다”며 “사고가 아닌 ‘참사’인데 고통을 공유하기 위해 만든 자리를 조건을 달아 철거할지 말지 얘기하는 게 품위 없다”고 서울시를 비판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대책위)는 서울시 제안과 관련해 유가족과 상의한 뒤 입장을 낼 예정이다. 앞서 유가족들은 지난달 4일 서울광장에 기습적으로 분향소를 설치, 서울시와 갈등을 빚어 왔다. 서울시는 이를 불법 시설물로 규정하고 강제 철거를 예고하기도 했지만, 대화로 해결하겠다며 입장을 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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