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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고용시장 둔화는 이미 뚜렷하다. 블랙에 따르면 옥스퍼드대 학부 졸업생 가운데 대졸자 수준 일자리로 이동하는 비율이 크게 떨어졌다. 석사 졸업생도 하락했지만 박사 졸업생은 큰 변화가 없었다. 전공별로는 인문계열의 감소 폭이 가장 컸지만 다른 학문 분야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옥스퍼드뿐 아니라 영국 연구중심 명문대 연합인 러셀그룹 전반에서도 같은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기업들이 내놓는 채용 자리 자체도 줄었다. 2년 전 옥스퍼드대 취업 시스템에 올라온 채용공고는 약 7000건이었지만 올해는 4000~5000건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인턴십과 정규직, 풀타임과 파트타임을 모두 포함한 수치다. 블랙은 “2009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AI는 채용 규모뿐 아니라 지원 과정도 바꾸고 있다. 기업들이 지원자를 1차로 걸러내는 과정에서 AI를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지원자가 녹화한 영상 면접을 사람이 직접 평가했다면 이제는 AI가 영상을 보고 점수를 매기는 방식도 등장했다. 블랙은 학생들이 오랜 시간을 들여 지원서를 작성하고도 짧은 시간 안에 자동으로 탈락 통보를 받는 상황에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구직자 역시 AI로 대응하고 있다. 특히 금융·경제 분야를 준비하는 학생들 사이에서는 AI를 활용해 지원서를 대량으로 제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블랙은 50곳에 지원하고도 성과가 없다고 상담하러 오는 학생들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한 학생은 인턴십을 구하기 위해 150곳에 지원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지원 건수가 지나치게 늘면 각각의 지원서 완성도가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의 AI 심사와 구직자의 AI 지원이 맞물리면서 채용시장에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지원자는 더 많은 회사에 지원할 수 있게 됐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처리해야 할 지원서가 급증했다. 이에 따라 기업이 다시 대면 접촉을 중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옥스퍼드대는 학생과 기업에 직접 만나는 기회를 늘리라고 권하고 있다. 현재 대면 취업박람회를 8차례 운영하고 있으며 실제 행사장에서 학생을 만난 기업 관계자가 눈여겨본 지원자의 이름을 따로 기록하는 사례도 있다고 블랙은 설명했다. 온라인 채용 시스템을 거치더라도 사전에 5~10분 정도 얼굴을 맞대고 대화하면 지원자를 평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AI 시대에 어떤 전공을 택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단순한 정답이 없다고 봤다. 블랙은 미래 직업을 예측하기 어렵다며 기본적으로 자신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분야를 공부하되 전공 밖에서 취업에 필요한 역량을 함께 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두 전공을 놓고 고민한다면 예술·인문 계열보다는 과학 계열 쪽에 다소 무게를 둘 수 있다고 했지만, 역사학처럼 많은 자료를 단기간에 읽고 정리해 논리를 제시하는 능력도 실제 업무에서 중요한 역량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