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외교부는 왕 부장이 중·러 전략안보협의에 참석하기 위해 18~21일(현지시간) 러시아를 방문한다고 18일 발표했다. 러시아 외무부도 왕 부장이 러시아를 방문,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최고위급 접촉’ 등 여러 양자 간 의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지난주 발표한 바 있다.
여기서 말하는 최고위급 접촉이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푸틴 대통령 간 정상회담을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된다. 푸틴 대통령은 다음 달 열리는 ‘일대일로 포럼’ 참석을 위해 중국을 방문할 예정으로 이 자리에서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열 가능성이 크다. 통상적으로 정상회담에 앞서 외교 당국 간 의제 조율이 이뤄지는 점에 비춰볼 때 왕 부장의 이번 방문도 중·러 정상회담을 위한 사전정지 작업으로 평가할 수 있다. 애초 외교가에선 왕 부장이 19~23일 유엔총회를 계기로 미국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왕 부장은 이 같은 관측을 뒤집고 방러를 선택했다. 중국 외교당국이 어느 쪽을 더 중요시하는지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김 위원장이 러시아에 이어 중국을 방문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앞서 요미우리신문은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정부가 북한 정부에 대한 영향력을 보여주기 위해 김 위원장 등의 방중을 추진할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구체적인 이달 항저우 아시아게임이나, 일대일로 포럼 등이 거론된다. 이 가운데 김 위원장이 일대일로 포럼을 찾는다면 김 위원장과 시 주석, 푸틴 대통령이 한 자리에서 머리를 맞대는 ‘빅 이벤트’가 연출될 수 있다.
이런 움직임이 주목되는 건 최근 북·중·러가 한국과 미국, 일본 등에 맞서 공동전선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나 미국 등에선 세 나라의 결속이 대북·대러 제재를 무력화하고 동북아 안보를 뒤흔들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번 북·러 정상회담만 해도 북한이 러시아에 탄약을 지원하는 대신 러시아는 북한에 위성·잠수함 등 첨단 군사기술을 제공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렉산더 코롤레프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 교수는 중국이 북한을 앞세워 러시아를 간접 지원하고 있다며 “북한이 러시아와 군사 협력할 수 있도록 승인하는 것만으로도 중국의 평판이 훼손될 위험을 줄이면서 러시아를 도울 수 있다”고 BBC에 말했다. 브루스 베넷 미국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지난 13일 자신의 블로그에서 세 나라가 동시에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까지 경고했다.
한편 왕 부장은 방러에 앞서 16~17일 몰타에서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미·중 정상회담 등을 논의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 자리에서 중국이 러시아에 대한 군사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고 왕 부장에게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