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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일본 외환시장에서 원·엔 환율은 800원대로 내려앉았다. 이날 오전 8시23분 897.49원을 터치하며 2015년 6월25일(897.91원) 이후 약 8년만에 800원대로 떨어졌다. 오후 들어선 900원대를 회복했지만 다시 800원대로 내려갔다.
엔저가 이어지는 배경엔 “일본 빼고 다 금리를 올린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이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15개월 만에 금리를 5.00~5.25%로 동결했지만, 연내 두 차례 금리 인상을 시사하면서 긴축 우려는 여전한 상황이다. 호주와 캐나다도 최근 깜짝 금리 인상에 나섰다. 인플레이션이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여기에 일본은행도 당분간 금융완화책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엔저가 계속되는 모양새다. 10년간 엔저 시대를 공고히 했던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물러났지만, 후임자인 우에다 가즈오 총재 역시 계속 바통을 이어받은 까닭이다. 지난 16일 일본은행은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일본은행 단기금리를 -0.1%로 동결하고,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금리는 0% 수준으로 유지했다.
투자자들 관심도 엔저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상품으로 쏠리고 있다. 엔화 자산에 투자했다가 엔화 가치가 올라가면 환차익을 실현한다는 기대다.
다만 엔화는 달러보다 투자수단이 다양하지 않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엔화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일본엔선물’에 투자자금이 몰리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9일 TIGER 일본엔선물 ETF 거래대금은 72억2427만원을 웃돌았다. 올 들어 하루 거래대금으로는 최고 기록을 세웠다. 장중 800원대로 내려가면서 엔화 가치 상승할 때를 대비해 차익 실현을 노리고 저가 매수가 몰린 모습이다.
개인투자자가 매수세를 이끌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5월16일 이후 계속 순매수로 일관하고 있다. 6월 들어 개인투자자들은 해당 ETF를 284억원어치 사들였다. 엔화 환전과 달리 별도의 환전수수료가 발생하지 않으며, 주식처럼 소액으로 간편하게 매매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본 주식 직접 투자도 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최근 한 달간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는 일본 반도체 장비와 소재 기업에 투자하는 ‘글로벌 엑스 일본 반도체(GLOBAL X JAPAN SEMICONDUCTOR)’를 2588만달러어치 순매수했다. 이는 전체 순매수 결제 상위 13위에 해당한다. 미국 장기채에 엔화로 투자하는 ‘아이셰어즈 미국채 20년물 엔화 헤지’도 순매수 규모가 2493만 달러에 달했다.
이외에도 일본 개별 주식 중에선 소니 그룹(451만달러), 아식스(305만달러), 미쓰비시(264만달러), 니덱(226만달러) 등에 일학개미 투자자금이 몰렸다.
증권가에선 엔저 현상이 계속될지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웅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물가 레벨이 급등했고 엔화도 전고점에 가까워질 만큼 약세를 보이는 상황이라 단기적으로는 일본은행의 액션이 필요할 것 같다”면서도 “30년 동안 디플레이션 고통을 겪은 나라인 만큼 통화 긴축의 속도는 빠르지 않을 것이며 자산가격의 강세도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이도선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부문 매니저는 “연말에 가까워질수록 엔화 하락 속도가 둔화될 것”이라며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정상화 부담이 커지고 있는 만큼 금융정책회의를 지속적으로 팔로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파른 상승으로 단기 조정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채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주식은 버블 붕괴 후의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상황으로 이익 확정,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기 쉬운 상황”이라며 “단기 급상승과 변동성 확대를 경계할 필요가 있으나 일본 주식에 대한 중장기 롱 스탠스는 유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