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베즈는 주총이 개최되면 최대주주였던 김용중 회장과 김 회장의 아들인 김명 부사장을 각각 이래CS 대표이사·이사에서 해임하고 새로운 이사진을 선임할 계획이다. 자베즈는 과거 이래CS 지분 인수 시 IPO(기업공개)를 통한 투자금 회수가 어려워지면 대주주가 지분을 사주는 풋옵션과 대주주 지분과 묶어 주식을 처분할 수 있는 드래그얼롱(동반매도요구권) 조항을 넣는데 합의한 바 있다. 자베즈는 풋옵션을 행사했지만 대주주가 이를 거부하자 드래그얼롱을 행사했다. 2대주주였던 자베즈는 대주주 측 지분 41.58%에 질권을 행사해 지분율을 71%까지 늘리기로 했지만, 이래그룹 측이 명의개서를 거부해 맞서고 있다.
현재 경영진은 회생절차 개시 결정만을 기다리며 자베즈가 헐값에 경영권을 탈취하려 한다고 맞서고 있다. 이들은 자베즈의 주주지위 확인 가처분 신청 또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이래CS는 지난 1일 만기를 맞은 40억원의 전자어음을 갚지 못해 최종부도 처리됐다. 이에 지난 5일 이사회를 열어 회생절차 개시신청을 의결하고 9일 창원지법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이래CS 측은 회생절차 요건을 갖춘 만큼 경영권 다툼과는 무관하게 회생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 법원이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내릴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와 이래CS지회는 회생 개시 절차가 급하다고 보고 일단 경영진 편에 섰다. 이들은 전날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래CS 정상화를 위한 조속한 회생절차 개시를 촉구했다. 이래CS지회 관계자는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저희 회사 직원들뿐 아니라 협력업체들, GM쪽 사람들까지 이 사안에 모두 연관돼 있다는 점에서 이번 분쟁은 지역경제가 맞물린 사안”이라며 “회생절차 개시 결정이 올해 안에는 무조건 나야한다고 생각해 기자회견을 진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래CS는 대구의 이래AMS 등을 계열사로 둔 이래그룹의 사실상의 지주사로, 지난 2016년에는 연결 기준 매출액이 1조원을 넘기는 등 중견 자동차 부품사로 입지를 다져왔다.
한국GM 창원공장은 비상상황이다. 창원공장의 1차협력업체인 이래CS가 신차에 들어갈 새시와 차체 부품을 납품하기 때문이다. 당장 2월 중순부터 창원공장에서 양산 예정인 CUV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이래CS측은 부도 이후 협조를 통해 올해까지 납품물량을 준비했지만, 내년 1월부터는 금형업체들이 협조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법원의 회생절차 개시 결정에 사활을 걸고 있다.
자베즈는 지난 2015년 총회연금재단을 출자자(LP)로 확보하고 새마을금고중앙회로부터 인수금융을 조달해 이래CS의 보통주 300억원과 상환전환우선주(RCPS) 300억원 등 총 600억원을 투자해 지분 30%를 확보하고 2대 주주에 오른 바 있다. 2018년 투자금 회수를 약속받았으나 GM이 유럽에서 철수하고 군산공장을 폐쇄하는 등 상황이 악화되자 회수기간을 연기했지만 2020년부터 새 투자자를 유치하며 엑시트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자베즈가 RCPS 대금을 일부 상환하지 못하면서 인수금융을 제공한 새마을금고중앙회 등 대주단은 지난 11월 펀드의 기한이익상실(EOD)를 선언했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도 난감해졌다. 산업은행은 2019년 정책자금으로 이래CS와 이래AMS에 총 3500억원을 지원했다. 현재 2500억~3000억원이 미상환된 상태로 전해졌다.
이래그룹 측은 “이래cs는 2020년에 대비해 올해 임원 총 급여를 절반으로 삭감했을 정도로 충분한 자구노력을 실시했다”며 “자베즈는 정상적인 회생개시를 막음으로서 수십만명의 생계를 위협하는 행동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자베즈 측 고위 관계자는 “회생 절차로 가더라도 인력 구조조정과 같은 비용 절감 없이는 채권단이 회생 안에 동의하기 어렵다”며 “노조가 왜 회생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