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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으로 가까워진 아베 숙원 ‘개헌’
지난 10일 치러진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은 새로 뽑은 125석의 과반수인 63석(선거구 45석, 비례대표 18석)을 확보했다. 임기가 남아 선거를 진행하지 않은 기존 의원들을 포함한 총 의석수를 비교하면 연립여당인 공명당(26석)은 2석을 잃었으나 자민당(120석)이 9석을 늘려 전체 여당 의석수는 7석이 늘어났다. 제1 야당인 입헌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17석을 얻어 총 의석수는 기존보다 6석 줄어든 39석이 됐다.
특히 자민당(63석), 공명당(13석), 일본유신회(12석), 국민민주당(5석) 등 이른바 ‘개헌 세력’은 93석을 얻어 임기가 남은 ‘개헌 세력’ 의원을 더해 개헌 발의 요건인 참의원 전체의 3분의 2(166석)를 훨씬 뛰어넘는 177석을 확보했다. ‘개헌 세력’은 중의원도 이미 전체 의원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개헌안 발의 요건을 충족하게 됐다.
자민당은 △헌법 9조에 자위대 명기 △긴급사태 조항 창설 △참의원 선거 합구(合區) 문제 해소 △교육 환경 충실 등 개헌안 4개 항목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이중 핵심은 헌법 9조다. 평화헌법으로 불리는 일본 헌법 9조는 태평양 전쟁 등을 일으킨 일본의 재무장을 막는다는 취지에서 ‘전쟁·무력행사의 영구적 포기, 전력(戰力) 불보유’ 등을 규정하고 있다. 특히 9조 2항 ‘육해공군이나 기타 전력을 보유하지 않는다’고 명기해 일본의 실질적 군대인 자위대가 위헌이란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자위대의 존재를 헌법에 명기해 논란에 종지부를 찍겠다고 줄곧 주장했다. 공교롭게도 그는 선거 이틀 전 자위대 출신 남성의 총을 맞고 사망하면서 보수표 결집의 도화선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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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각·당 인사도 관심사…“전후 최대 위기”
이번 선거는 지난해 10월 취임한 기시다 총리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었다. 자민당의 압승으로 기시다 총리는 신임을 확인해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게 됐다. 향후 3년 동안 대규모 선거가 없는 ‘황금의 3년’을 맞이하는 만큼, 선거 이후 내각 개편과 당 임원 임명 등 인사 단행에 관심이 쏠린다.
건강상 이유로 2020년 물러났지만 아베 전 총리는 ‘우익의 구심점’으로 이후에도 자민당 ‘상왕’ 노릇을 이어왔다. 아베 전 총리가 세상을 떠난 만큼, 온건파로 통하는 기시다 총리가 이번 선거를 계기로 아베 전 총리의 측근인 강경파들을 몰아낼지, 아베 전 총리에 대한 추모 분위기 아래 유화적 태도를 유지할지 다양한 관측이 제기된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인사와 관련해 “현재 구체적인 것은 결정되지 않았다”면서도 “태평양 전쟁 이후 최대 위기를 맞은 상황이기 때문에 당의 결속을 바탕으로 유사시 국정 운영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정부와 자민당이 인사에 대한 논의를 위해 8월 초 특별 회의를 소집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기시다 총리가 8월부터 9월 사이 당 인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기시다 총리는 물가 급등 대책에 대해서는 이번 주중 정부차원의 물가 임금 생활 종합대책본부를 출범하고, 5조5000억엔(약 52조원)의 예비비 활용을 포함해 종합적인 대책을 신속하게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또 코로나19 대응 강화와 전국 10곳 이상의 화력 발전소 가동을 통한 안정적 전기 공급 등을 약속했다.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와 관련해선 “국제사회와 협력하고 김정은 위원장을 직접 대면할 각오로 임하겠다”며 해결의지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