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협)는 협의체 불참을 고수했지만 의학회와 긴밀히 소통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이전부터 의학회가 협의체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으며 이에 대해 우려스러운 부분들을 함께 논의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의학회가 내세운 협의체 참여 전제조건은 대부분 의료계가 주장하는 바와 일치한다. 의협의 이 같은 대응은 유일하게 정부와 소통하고 있던 대한병원협회를 견제하기 위한 방안으로도 해석된다. 병원협회는 의료 제도 전반의 구조를 재조정하기 위한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 두 명의 위원을 내세워 정부와 논의 중이다. 자칫 병원, 특히 상급종합병원 중심으로 시스템 개편이 이뤄지면 의사 중심인 의협의 영향력이 줄어들 수 있다. 의협은 이를 일정 부분 대응하기 위해 의학회의 참여를 사실상 묵인해준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내년도 정원 확대 전면 무효화를 주장하고 있는 전공의들의 협의체 참여는 요원해 보인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 비대위원장들과 함께 자신의 SNS를 통해 “허울뿐인 협의체에 참여할 의향이 없다”고 밝혔다. 전공의들이 빠진 반쪽짜리 협의체 출범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일부 의료계의 참여에도 불구하고 정부로선 이들의 요구조건을 모두 수용하기는 어렵다. 특히 내년 의대증원을 못박은 정부는 ‘의평원의 평가 항목 확대 계획은 시정해야 하며 동맹 휴학으로 간주되는 휴학은 처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협의체를 정상적으로 가동하려면 이러한 입장들을 상당 부분 번복해야 한다. 의료계 일부에서 협의체 참여를 전향적으로 밝힌 마당에 기존 일부 입장은 선회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부처 간 협의를 통해 정책 수위를 조율해야 하며 내부적으로 입장 번복이 절대 불가능한 부분도 점검해야 한다. 정부가 일부 양보를 한다면 의료계도 한발 물러설 여지가 있다. 협의체 회의실 문을 열어줘야 이들이 들어오지 않겠나. 지금으로선 전공의가 빠진 반쪽짜리 협의체라 하더라도 일단 협의 테이블에 앉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다. 애타게 의사의 손길을 기다리는 환자들을 생각한다면 의정 모두 양보의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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