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ISA 가입대상·기간 확대 조특법 개정안 발의
국회서 내년도 예산안 의결 후 12월말 결정될 듯
''인기 반짝'' ISA, 최근 가입자·금액·수익률 급감
"일몰폐지 수순" vs "비과세 혜택 커..막차타야"
[이데일리 김범준 기자] ‘서민형 만능 종합통장’이라는 별명이 붙었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생사 갈림길’에 섰다. 효과와 관심이 저조한 만큼 올해를 넘기지 못하고 일몰폐지 수순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5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ISA의 가입기간 및 대상을 확대하는 정부 발의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안이 현재 국회 소관위에서 논의 중이다. 앞서 정부는 ‘공평하고 정의로운 조세정책’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지난 7월30일 다양한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 정부가 지난 7월30일 발표한 ‘2018년 세법개정안’ 중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개정안. (자료=기획재정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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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체계 합리화 방안 중 하나로 ISA 가입대상인 근로·사업소득자의 소득 발생기간의 범위를 당해 연도 또는 직전년도에서 직전 3개년까지 확대를 추진한다. 경력단절자도 포함하겠다는 의지다. 또 당초 올해 연말까지였던 신규가입 기간을 2021년 12월31일까지 3년 더 연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금융권과 정계 등에 따르면 현재 계류 중인 본 조특법 개정안 통과 여부는 12월말쯤 결정될 전망이다.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ISA는 올해 12월31일자를 끝으로 일몰폐지 수순에 들어가게 된다. ‘서민형 만능 종합통장’이라는 별명이 무색하게 최근 저조한 수익률과 가입자 수, 예·적금 유사상품 전락 등의 지적으로 동력을 잃은 만큼 개정안 통과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 9월말 기준 ISA 총 거래계좌는 211만9983명, 누적 투자액은 5조2341억원을 보이고 있다. 전년 동기 대비 잔액은 약 29%(1조1785억원) 늘었지만 가입자 수는 약 2.5%(5만5442명) 줄었다. 지난 2016년 3월 첫 출시 이후 4개월간 누적 236만7708명 보다는 약 10.5%(24만7725명) 감소했으며 특히 2016년 12월부터는 계약해지 건수가 신규가입을 역전해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 (자료=금융투자협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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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말 기준 ISA 유형 중 투자자가 직접 포트폴리오 구성하는 신탁형 계좌에 투입된 금액이 4조5991억원으로 전체의 약 87.9%에 달한다. 신탁형에서도 90% 이상이 수익률은 다소 낮지만 원금이 보장되는 안전한 은행과 저축은행 예·적금에 몰려있는 구조다. 이렇듯 ‘쏠림’ 현상이 심하다보니 종합 재테크라는 당초 취지와 달리 예·적금 유사상품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따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ISA가 처음 출범할 때 다들 기대를 많이 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고객들에게 딱히 매력이 없어서 인기가 금세 시들해졌다”며 “평균 수익률도 최근 1.6% 수준으로 떨어진 만큼 회의적 시선을 보내는 의원들도 많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비과세 혜택이 상당한 만큼 신규가입이 막히기 전에 ‘막차’를 타는 것도 고려해볼만 하다고 조언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ISA는 금융소득 200만원까지, 서민과 농어민은 4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비과세 한도를 초과해도 일반 이자 소득세율(15.4%) 보다 훨씬 낮은 9% 세율로 분리과세하기 때문에 절약한 세금만큼 추가 수익을 미리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ISA의 의무 가입기간이 3~5년으로 긴 것은 주의할 점으로 꼽힌다. ISA를 통해 펀드에 투자하는 경우 계좌 만기 시점에 수익률이 급감한다면 손실을 보며 환매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