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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중앙회·중기옴부즈만이 뽑은 개선돼야 할 인증제도 5가지는?

박철근 기자I 2015.06.30 15:55:39

붙박이 가구 인증절차·환경표지 인증 사용료 등 선정
국무조정실에 인증제도 개선 건의

[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경기도에 있는 의료용 냉장고·냉동고 제조업체 A사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조달우수제품 지정을 받기 위해 EPC(설계, 조달, 시공) 인증을 신청했지만 1차 심사에서 떨어졌다.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담긴 공문을 받고 보완해 재심의를 신청했지만 1차 때와 심사위원이 바뀌면서 다른 의견을 제시해 이미 의료기기로 허가받은 내용까지 제품 테스트를 요구하면 탈락했다.

A사 관계자는 “인증 심사과정에서 심사위원이 매번 바뀌어 어떤 기준으로 보완해야 할 지 모르겠다”며 “재심사까지 3개월 이상 소요되는 점도 문제”라고 푸념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중소기업 옴부즈만과 함께 중소기업들이 인증과정에서 겪는 애로점을 조사한 ‘중소기업의 인증 실태 및 애로사항 조사’ 결과를 30일 발표했다.

51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30.7%는 인증 취득에 여전히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복수응답)으로는 ‘인증비용’이 44.3%로 가장 많았고 △인증취득 절차(35.0%) △인증취득 기간(31.6%) △인증기준(31.0%) △중복인증(26.2%) 등이 뒤를 이었다.

중기중앙회는 중소기업 옴부즈만과 함께 현장을 직접 방문해 중소기업에 부담 주는 대표적인 불합리한 인증 과제 5가지를 선정했다.

김경만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현장 방문을 통해 발굴한 인증과제는 조속히 개선될 수 있도록 국무조정실에 건의했다”며 “앞으로도 중소기업의 경영환경 개선을 위하여 중소기업 옴부즈만과 함께 중소기업 현장의 규제를 지속적으로 발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문겸 중소기업 옴부즈만은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전 부처가 협업해 마련 중인 인증제도에 대한 근원적인 정비방안에 대해 중소기업계의 기대가 매우 크다”며 “불합리한 인증개선은 단순한 비용절감을 넘어 기업의 기술개발 촉진, 창조경제로의 성장체질 개선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중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자료=중소기업중앙회
◇붙박이 가구 인증 부처별 인증기준 통일해야

서울에 있는 주방가구 업체 B사는 “친환경 인증을 받은 합판·접착제·필름 등 원부자재를 구매해 조립해도 국토교통부 기준에 미달해 납품을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토부는 실내 공기질 개선을 위해 붙박이 가구 등을 대형챔버(밀폐공간)법으로 시험해 총휘발성유기화합물(VOC), 포름알데히드 등의 방출량을 평가토록 하고 있다.

중기중앙회는 “붙박이 가구류 등 부피가 큰 제품을 대형 챔버법으로 시험하면 소형 챔버법 및 데시케이터법을 통과한 최상급 원부자재를 구매해 완제품을 제작해도 인증시험을 통과하지 못할 수 있다”며 “국토부도 친환경 규제기준을 타부처와 같은 방법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매년 납입하는 환경표지 사용료 부담

중기업계는 매년 납입하는 환경표지 사용료가 불합리하다며 이를 폐지해줄 것을 건의했다.

중기중앙회는 “기업이 모든 비용을 부담해 환경표지 인증을 획득했는데 이를 매년 납입해야 하는 것은 불합리하기 때문에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각종 파생제품에 부과되는 환경표지인증 신청 수수료도 중기업계는 부담스러워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광주에 있는 고무발포단열재 업체 C사는 “고무발포단열재는 전규격의 원료가 모두 같지만 제품크기다 다양해 약 600여 가지의 파생제품이 발생한다”며 “하지만 환경표지인증은 파생모델에 대해서도 모두 등록을 해야 하고 모델별로 인증비용이 추가돼 큰 부담이 된다”고 지적했다.

자료=중소기업중앙회
◇인증기간이 제품 상용화 발목 잡아

긴 시간의 인증기간이 제품 상용화를 통해 실적을 내야 하는 중소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경기도에 있는 승강기부품 제조업체 D사는 “한국산업기술시험원에서 승강장 문 잠금장치 안전인증을 받고 있는데 테스트 기간만 6개월 정도 걸린다”며 “반년은 제품 개발 및 상용화에 큰 부담이 되는 기간”이라고 전했다.

승강장 문 잠금장치의 안전인증 검사 중 내구성 검사의 경우 문 개폐를 100만주기를 시험해야 한다. 일반용 승강기의 경우 문 개폐에 6초 정도가 걸려 내구성 검사에 1~3개월 정도가 소요된다.

하지만 화물·자동차용 승강기의 경우 문 개폐에 1분 정도가 소요되어 100만 주기 시험에 6~8개월이 소요된다. 업계 관계자는 “유효기간이 2년뿐인 인증에 인증취득 기간이 너무 오래 걸리다 보니 중소기업에게 큰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중기중앙회는 이에 따라 안전상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수준에서 화물·자동차용 승강기의 시험 횟수를 조정하거나, 긴 시험 기간을 고려하여 안전인증 유효기간을 24개월에서 36개월로 연장하는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인증절차 불합리성 개선 필요

경기도에 있는 조명기구 업체 D사는 “에너지 효율 기준을 만족하지만 납품처의 요구로 각도조절장치만 추가로 부착했는데 이를 다시 인증받아야 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중기중앙회에 따르면 고효율 인증을 받은 LED(발광다이오드) 등기구가 크기 50㎜가 넘는 외형 변경의 경우 재인증을 받아야 한다. 이 경우 기존모델로 인정받는 경우보다 기간과 비용측면에서 6~8배의 차이가 난다고 중기중앙회는 전했다.

중기중앙회는 “기존 모델과 비교해 특성 변동 없이 외형 변경만 있을 경우 시험을 면제해 줘야한다”며 “또는 외형 변경 기준 중 크기 기준을 현행 50㎜에서 150㎜로 확대하는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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