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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판사 출신인 장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수원고법 및 산하 지방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형사재판의 기본적인 생명인 공소장 일본주의의 형행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종적 주체는 법원”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공소장 일본주의는 법관이 어떤 선입관이나 편견을 가지지 않도록 공소장 하나만을 법원에 제출하고 다른 서류나 증거물을 일체 제출해선 안된다는 원칙이다. 공소장에도 범죄사실 외에 법관이 갖게 할 수 있는 다른 내용을 기재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과거엔 공소장 일본주의에도 불구하고 본격 공판 이전 재판부가 검찰 측 증거를 미리 제출받아, 사실상 유죄 예단을 가진 채로 재판에 임했다. 하지만 공판중심주의와 증거분리제출로 재판부는 법정에서 채택된 증거 외에는 기록 등 증거를 볼 수 없다.
장 의원은 “증거분리제출이 시작된 후 이제는 공소장에 꼭 필요한 필요적 기재사항 외에 법관으로 하여금 예단을 갖게 할 만한 유해적 기재사항이 계속 넘쳐나고 있지만 이에 대해 법원은 적절한 조치를 하고 있지 않은 것 같다”고 질타했다.
그는 “이미 공소장이 제출돼 법관이 공소장을 검토하고 난 다음에 공판준비절차에서 어떠한 조치를 취하더라도 이미 법관에게 생긴 예단을 치유할 방법은 전혀 없다”며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 사안이 중대하다면 공소기각 판결을 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장 의원은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은 위반 경중과 관계없이 위법 공소제기로 봐야 한다’는 2009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소수의견을 낭독한 후 “이러한 대법원 판결이 있음에도 형사소송의 기본가치를 지켜보겠다고 했던 법원의 처음 마음은 어디 갔는지 묻고 싶다”고 질타했다.
이어 “예전에 공소장과 함께 유죄 증거가 한꺼번에 다 판사에게 제출돼도 아무 말도 하지 못하던 부끄러운 시기를 지나 공소장 일본주의 기본원칙을 잘 지켜보자고 했음에도 법관들이 이에 대해서 그 어떠한 경고나 지적도 못하고 있다”며 “그럼 형사재판과 법관은 왜 존재하는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앞에서 언급한 의견이 대법 전합 다수의견이 아니었던 만큼 위반 경중과 상관없이 무조건 공소기각 판결을 해야 한다고 말씀드리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법원은 공소장 일본주의에 위배된 공소장에 대해 조금씩 뚝이 무너지며 이제는 법관들에게 유죄 예단을 갖게 하는 공소장이 범람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문제의식을 갖지도, 어떠한 조치도 하고 있지 않고 있다”고 질타했다.
답변에 나선 김정중 서울중앙지법원장은 “형사소송절차에서 공소장 일본주의가 갖는 무거운 의미에 대해 따끔한 일침을 하신 점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여러 가지 문제의식이나 상황들을 형사재판 판사들과 논의할 수 있는 장을 조성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눠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