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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머스크 스타링크 위성 의존도 축소 '총력'

방성훈 기자I 2025.04.14 15:14:21

머스크 "우크라 위성 끄면…" 위협에 위기의식 고조
트럼프發 지정학적 리스크 계기 안보 체계 재편 추진
스타링크 위성 서비스 대체 위해 프랑스 ''유텔샛’ 지원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유럽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서비스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진=AFP)


머스크 CEO가 지난달 초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스타링크 시스템은 우크라이나 군대의 중추다. 내가 그것을 끄면 우크라이나 전선 전체가 무너질 것”이라고 적은 것이 단초가 됐다. 이 발언은 유럽 안보 업계에 충격을 줬다.

동시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이나 관세 정책과 관련해 오랜 동맹인 유럽 국가들을 비하하거나 경멸하는 태도를 보여온 탓에, 그의 최측근이 된 머스크 CEO에 대한 유럽 내 반발은 더욱 확대했다.

유럽연합(EU) 지도부는 광물협정을 앞세워 우크라이나를 압박하거나 적국인 러시아와 관계 개선을 시도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목격한 뒤 미국과 머스크 CEO에 대한 의존을 줄이기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타링크는 러시아와 전쟁을 치르는 우크라이나 군인들에게 단말기 소통, 드론 제어, 포격 조정 등에 꼭 필요한 수단이었다. 하지만 스타링크의 독점적 지위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머스크 CEO의 한 마디로 경각심을 심어줬다.

EU는 스타링크의 경쟁사인 프랑스 ‘유텔샛’(Eutelsat)이 우크라이나에서 위성 인터넷 서비스 ‘원웹’을 제공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 주요 주주는 프랑스와 영국 정부, 인도 재벌 수닐 바르티 미탈이 소유한 기업 등이다.

하지만 유텔샛이 스타링크와 경쟁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다. 스타링크가 운영중인 위성이 유텔샛의 10배에 달하는 데다, 단말기 가격도 스타링크는 400달러 이하지만 원웹은 3200달러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스타링크는 현재 약 7000기 이상의 저궤도 위성을 운영하고 있으며, 최종적으로 4만 2000기까지 늘리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유텔샛은 지구 저궤도에 700개 미만의 위성을 보유하고 있으며, 향후 몇 년 안에 500개의 위성을 우주로 발사하겠다는 계획이다.

컨설팅회사 애널리시스 메이슨의 위성 산업 전문가인 크리스토퍼 바우는 “원웹은 스타링크를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이 전혀 아니다”라며 “많은 위성을 발사하는 건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우크라이나 전장에 설치된 스타링크 위성 서비스 수신 안테나. (사진=AFP)


가장 큰 문제는 속도와 비용이다. WSJ는 원웹이 스타링크와 진정으로 경쟁하려면 유텔샛은 수십억달러를 투자해야 한다면서, 원웹이 가진 유일한 경쟁력은 트럼프 대통령 복귀 이후 급변한 지정학적 상황이라고 짚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설전을 벌였을 때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고해상도 위성 이미지를 포함해 정보 공유를 일시 차단한 적이 있다. 이후 유럽에서는 머스크 CEO와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스타링크 통신망을 차단하거나 러시아에 유리한 종전 협상의 도구로 쓸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아울러 머스크 CEO가 우크라이나에서 실제로 스타링크 서비스를 중단하진 않았지만, 그 가능성만으로도 유럽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고 WSJ는 전했다.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무장관은 “연간 5000만달러의 우크라이나 스타링크 이용료는 폴란드가 지불한다. 스페이스X가 신뢰할 수 없는 업체로 드러난다면 다른 공급업체를 찾아볼 수밖에 없다”며 머스크 CEO를 비판하기도 했다. 폴란드는 현재 우크라이나에 있는 스타링크 단말기 5만여대 가운데 약 3만대를 지원하고 운용비용을 대고 있다.

그러나 머스크 CEO는 “꼬마(small man)는 조용히 해라. 네가 내는 비용은 아주 일부분에 불과하다. 그리고 스타링크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맞받아쳤다.

이러한 언행은 유럽 내 반발을 더욱 키웠다. 스타링크가 참여 중인 이탈리아 정부의 안보·통신 계약 입찰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머스크 CEO와 친분이 두터운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우호적이지만, 다른 유럽 지도자들이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에바 베르네케 유텔샛 CEO는 “만약 5000~1만개의 단말기를 우크라이나에 보낼 수 있다면, 진짜로 스타링크를 대체할 수 있는 옵션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몇 주 안에 우크라이나에 5000개의 단말기를 보내고 1년 안에 나머지 5000개를 보낼 것이라고 약속했다.

한편 위성 인터넷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미국에선 아마존이 ‘쿠이퍼’(Kuiper)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며, 중국도 자체 네트워크를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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