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AI의 방향은 ‘초개인화’… 블록체인으로 이끄는 젊은 혁신가들

김현아 기자I 2024.09.02 16:39:53

스테빌리티AI, 아나콘다, 리추얼AI, 바나 등 참여
스마트컨트랙트로 저작권 보호
초개인화AI의 핵심은 오픈소스
블록체인 접목 없이는 보상에 한계

[이데일리 김현아 IT전문기자] “스마트 컨트랙트로 AI 저작권 분쟁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시도가 필요합니다.” - 피터 왕, 아나콘다 공동 창업자

“탈중앙화 프로젝트는 어렵습니다. 현재 중앙화된 AI가 주도하고 있지만, 2년 내에 일반인공지능(AGI)을 둘러싼 대전이 일어날 것입니다.” - 안나 카즈라우스카스, 바나 CEO

피터 왕 아나콘다 공동창업자. 사진=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안나 카즈라우스카스 바나 CEO
2일 서울 성수 스페이스 S1에서 핍랩스(PIP Labs)가 주최한 ‘핍(Programmable IP) 서울’ 컨퍼런스에는 글로벌 AI 및 웹3(블록체인)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했다. 핍랩스는 설립 2년 만에 기업가치 2조9000억원(22억 5000만 달러)을 인정받았으며, 지식재산(IP)과 생성형 AI 관련 개발자 플랫폼인 스토리(Story)를 운영하고 있다.

컨퍼런스에는 핍랩스의 공동창립자 제이슨 자오(Jason Zhao), 전 세계 최대 오픈 소스 AI 모델 ‘스테이블 디퓨전’의 창시자 이마드 모스타크(Emad Mostaque), AI 미디어 아티스트 레픽 아나돌(Refik Anadol), 파이썬 기반 오픈 소스 운영 체제 개발사 아나콘다(Anaconda) CEO 피터 왕(Peter Wang), 하이브의 AI 오디오 자회사 슈퍼톤의 이교구 CEO, 스타트업 월드코인(Worldcoin) 제품 총괄 아카시 산지(Akarsh Sanghi) 등 글로벌 디지털 업계 리더들이 발표자로 나섰다.

이들은 △초개인화 AI 시대에서의 오픈소스의 중요성 △오픈소스의 수익화 보장을 위한 블록체인(웹3) △창작자 보호를 위한 AI 도구 △디지털 르네상스 시대를 여는 프로그래머블 IP 등을 주제로 발표했다.

“스마트 컨트랙트로 AI 저작권 분쟁 해결 필요”

피터 왕 아나콘다(Anaconda) 공동 창업자는 데이터가 원료인 인공지능(AI)이 지배하는 시대에 오픈소스 커뮤니티의 중요성은 크지만 스마트 컨트랙트로 적절한 보상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스마트 컨트랙트는 계약 당사자 간 거래 내용을 코드로 기록해 블록체인에 올리면, 계약 조건이 충족됐을 때 계약을 자동으로 이행해 주는 시스템이다. 아나콘다(Anaconda)는 파이썬(Python) 기반 오픈 소스 운영 체제 개발사다.

왕 박사는 “오픈소스 AI 모델 중 하나가 스태빌리티 AI인데, 협업을 허가 없이 가능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오픈AI나 클로드 같은) 중앙화된 AI들은 수억 불을 주고 데이터셋을 산다. 데이터를 제공할 때부터 공급자에게 적절한 보상을 하는 게 필요하며, 모든 사람들을 제대로 연결시킨다면 기하급수적으로 네트워크 효과를 높일 수 있다. 기술 단위의 프로토콜(스마트 컨트랙트)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1600년동안 저작권법에 발목이 잡혀 있지만, 저작권법은 인쇄자에게 제한적 독점권을 주고 적절한 보상을 주도록 하는 체제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며 “우리는 이러한 한계를 혁파하고 인프라 차원에서 준비해야 한다. 이것이 가장 민주적이고 가장 프라이버시가 보호되는 길”이라고 부연했다.

스코트 트로브릿지 스태빌리티 AI 부사장. 사진=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왼쪽부터 피터 왕 아나콘다 공동창업자, 스코트 트로브릿지 스태빌리티 AI 부사장, 리앙 우 하버드 연구원이다. 사진=핍 랩스
“초개인화 AI 시대, 오픈소스가 핵심”

오픈소스 AI가 범용 AI를 넘어 초개인화된 시대를 이끌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스코트 트로브릿지 스태빌리티 AI 부사장은 “핍랩스의 ‘스토리’ 같은 프로그래머블 IP 플랫폼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데이터 수집 시 개별 사용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는 적절한 구조를 만들어야 하며, 이는 초개인화 AI 모델 생성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트로브릿지 부사장은 현재 데이터셋이 주로 서구 중심으로 편향되어 있으며, 생성형 AI의 품질과 지식은 데이터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서양 문화 외에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스태빌리티AI는 일본에 팀을 두고 일본 특유의 이미지 모델을 개발하고 있으며, 명령어에 따라 일본 여성이 전통 의복을 입은 이미지가 생성된다”고 말했다. 그는 “미래의 AI는 범용화가 아니라 초개인화된 모델이 돼야 하며, 처음부터 참여형으로, 오픈소스로 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참여형 AI 개발에 대한 답을 저도 찾고 있다”며, “새로운 기술, 인프라, 블록체인은 충분한 방법이 될 수 있지만, 현재는 콘텐츠를 리믹스하고 창의성의 힘을 활용하는 시대다. 휴대폰을 통해 쉽게 파생 IP를 만드는 시대인 만큼, 이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샌 딥 나일왈 폴리곤 공동창업자. 사진=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사닐 스라니 리추얼AI 설립자


“블록체인 접목 없이는 한계”

오픈소스 AI만으로는 부족하며, 블록체인(웹3) 기술이 접목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샌딥 나일왈 폴리곤 공동창업자는 “허깅페이스나 깃허브는 수익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며, “중요한 것은 모든 것을 개방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는 개방하고 일부는 API 보호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닐 스라니 리추얼AI 설립자는 “허깅페이스도 중앙화된 레파지토리로 검열을 진행할 수 있으므로 진정한 의미의 오픈은 아니다”라고 지적하며, “하지만 블록체인 노드 위에서 AI 모델을 제공하면 모델 전체를 볼 수는 없다. 모델의 가중치를 보지 않고도 구동이 가능하므로, 이는 탈중앙화의 강점으로 볼 수 있다. IP 가중치 데이터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제이슨 자오 스토리 공동 창업자. 사진=핍랩스


안나 카즈라우스카스 바나 CEO는 “현재 AI 모델 개발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며, 이는 GPU 인프라 비용뿐만 아니라 데이터셋 구매비용도 포함된다”며, “탈중앙화는 모든 것을 블록체인에 두자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생성형 AI에서 데이터가 유일한 차별 요소가 될 때 이를 합리적으로 보상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레딧, 메타 등 기존업체와의 제휴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바나는 지난 4월, 미국 최대 커뮤니티 플랫폼 레딧(Reddit)을 위한 데이터 탈중앙화조직(DAO)플랫폼을 출시했다. 레딧 데이터 DAO는 레딧 사용자들에게 자신의 데이터를 제공한 대가로 보상을 제공하고, AI 업체에 데이터를 임대하는 등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한다. DAO 구성원들은 데이터 사용처를 투표로 결정할 수 있다.

바나는 “레딧은 향후 AI 모델 학습을 위해 사용자 데이터를 판매해 2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으며, 데이터 생성자가 이러한 수익을 가져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바나는 2022년 비공식 펀딩 라운드를 통해 1800만 달러(240억 9120만원)를 조달했으며, 이 라운드는 패러다임과 폴리체인 캐피털 등이 참여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샌딥 나일왈 폴리곤 공동창립자는 “저작권 메커니즘이 있다면 초기 모델 기여자들을 식별할 수 있고, 투명한 매출 공개가 가능해 AI에 대한 크라우드 소싱이 실현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스토리 공동 창업자 제이슨 자오 대표는 “스토리는 창작자들이 자신의 작품을 보호하고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을 구축할 수 있도록 해 디지털 르네상스의 서막을 열었다”며, “이번 행사는 AI, 오픈소스, 디지털 아티스트, 웹3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창작자 중심의 IP 보호와 효율적인 산업 체계 구축 방안을 모색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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