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자율 구조조정 어깃장 놓는 정부

김현아 기자I 2016.07.18 16:12:25
[이데일리 김현아 박종오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18일 경쟁제한성을 이유로 SK텔레콤(017670)CJ헬로비전(037560) 인수·합병(M&A)을 금지하자, 정부가 앞장서 기업의 선제적인 자율 구조조정을 방해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공정위는 미래창조과학부나 방송통신위원회가 ‘전국단위 시장점유율 합산규제’를 하는 것과 달리, CJ헬로비전이 케이블방송사업을 하는 23개 방송구역별 지역시장을 기준으로 평가했다. 그 결과 방송·통신시장에서의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해 요금이 인상될 수 있다며 이 M&A를 금지했다.

하지만 공정위 스스로 권역 규제 폐지를 주장해 온데다 전문부처들은 유료방송시장이 케이블방송(SO)독점에서 IPTV 상용화이후 경쟁이 활발해지고 있다고 평가해 온 터라 논란이다.

경쟁제한성 문제에 집중한 나머지 이 기업결합이 가져다줄 국내 미디어 산업과 나아가 콘텐츠 산업의 미래, 소비자 후생 증대 측면은 도외시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 학부 교수는 “공정위의 실기로 현 정부 안에서는 미디어 사업구조 재편이 어려워졌다”면서 “케이블방송(SO)내에서는 서로 규모를 키울 여력이 없어 통신자본이 필요했던 것인데 이리됐다. 미디어 산업의 시계가 멈췄고 IT산업 성장도 2~3년간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양문석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은 “공정위는 진실이 아닌 권력에 기댄 판단을 했다”며 “방통위나 미래부가 주무부처임에도 아무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 부처들을 세금으로 유지해야 하는가 고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IT전문가로 삼성전자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박용후 피와이에이치 대표는 “불허 결정이 난 뒤 SK텔레콤이 행정소송없이 수용키로 한 것은 향후 인수가능성을 열어뒀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헬로비전을 비롯한 SO들은 IPTV사업자에게 가입자를 뺏기면서 고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7월 18일 오전 11시 세종 청사에서 신영선 공정위 사무처장이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주식취득 금지와 CJ헬로비전과 SK브로드밴드간 합병금지를 발표하고 있다.
공정위가 심사 과정에서 ‘무리수’를 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6일에는 국민은행 등 6개 시중은행의 양도성 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사건에 ‘심의 절차 종료’를 결정했다. 2012년 7월부터 장장 4년여에 걸친 장기 조사를 벌였지만, 법 위반 여부를 확정하지 못해 사실상 무혐의 처분을 한 것이다.

공정위가 이처럼 굵직굵직한 사건에서 변죽만 올리고 무혐의 또는 무혐의와 유사 수준의 솜방망이 처벌을 한 것이 올해 들어서만 5건(CD 금리 담합 포함)에 이른다. 지난 1월 이디야의 가맹점 우윳값 인상 갑질(무혐의), 3월 대형마트 3사의 설 명절 선물세트 가격 담합(무혐의 및 경고), 4월 미국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인 오라클의 끼워팔기 혐의(무혐의), 5월 8개 면세점 사업자의 환율 담합(시정 명령) 등이다.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농심 라면값 담합, 남양유업의 대리점 물량 밀어내기 갑질 사건 등에서도 공정위는 망신살을 샀다. 농심에 부과한 과징금 1080억원이 대법원 판결로 없던 일이 됐고, 남양유업 역시 과징금 124억 6400만원을 부과받았다 5억원으로 대폭 줄어든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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