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평화·안보” 외친 중국, 대만·남중국해 언급은 없어

[베이징=이데일리 이명철 특파원] 중국판 샹그릴라 대화(아시아 안보회의)로 불리는 샹산포럼이 중국에서 열렸다. 중국은 이번 포럼에서 세계 평화와 안보에 더 기여하겠다며 다자간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둥쥔 중국 국방부장이 1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샹산포럼 개막식에서 기조연설하고 있다. (사진=AFP)

13일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둥쥔 중국 국방부장은 이날 베이징에서 열린 연례 다자안보회의인 샹산포럼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중국군은 세계 안보 구상에 확고히 헌신하고 있다”며 “새로운 형태의 안보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고 실용적이고 개방적인 군사 협력을 추진하며 공동 고품질 발전을 보장하고 세계 평화와 안전을 수호하는 데 더 큰 기여를 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둥 부장은 “우리는 서로를 존중하고 성실하게 대하며 공통점을 찾고 윈윈 결과를 위해 협력하고 장기적으로 조화롭게 살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연대와 상호부조를 통해 안보를 증진하고 최대 공통분모에 기반한 새로운 형태의 안보 경로를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또 “혼란과 분쟁에 직면해 정치적 해결에 대한 신뢰를 강화하고 객관적이고 공정한 입장을 견지하며 평등하고 질서 있는 다극 세계를 공동으로 옹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둥 부장이 연설에서 대만이나 남중국해 문제와 같은 민감한 문제를 직접 언급하거나 미국을 정면으로 비판하지는 않았지만 다른 지역 문제에 개입할 때 다른 당사국들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제공해야 한다고 표현해 미국을 우회적으로 지적했다고 분석했다.

둥 부장은 기조연설에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보낸 축하서한을 소개했다. 시 주석은 서한을 통해 “샹산포럼이 모든 국가의 공정한 참여를 위한 중요한 플랫폼이 됐다”며 “평화가 발전의 전제조건”이라고 밝혔다.

2006년 시작한 샹산포럼은 매년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아시아 안보회의의 중국판 행사다. 올해 열린 샹산포럼의 주제는 ‘평화 구축과 함께 나누는 미래’다. 미국을 비롯해 러시아·우크라이나·이스라엘 등 100여개국과 국제기구 대표들과 각국 전문가, 학자, 참관인 등 1800여명이 참석했다. 미국은 마이클 체이스 국방부 중국·대만·몽골 담당 부차관보가 참석했는데 작년보다 급을 높였다는 평가다.

중국 국방부장이 샹산포럼에서 호스트로서 기조연설한 것은 2019년 이후 5년 만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대면행사가 열리지 않았고 지난해에는 리상푸 당시 국방부장이 부패 혐의로 실각하면서 참석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