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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타임스(FT)가 9일(현지시간) 딜로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23년 초 이후 IPO를 진행하며 최소 1억달러 이상 자금을 조달한 기업들의 주가 상승률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상승률을 18%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신규 상장한 전체 주식의 경우 공모가 대비 평균 30%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지난 3년 동안 신규 상장한 기업들의 시가총액 가중 바스켓인 ‘르네상스 IPO지수’는 지난해 44% 상승했다. 이는 S&P500지수 상승률(24%)은 물론 나스닥종합지수의 상승률(42%)도 상회한다.
주요 종목별로 살펴보면 보험그룹 스카이워드 스페셜티의 주가는 지난해 상장 이후 1년 동안 125% 급등했다. 방사성의약품(RPT) 개발기업인 레이즈바이오의 주가는 지난달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이 인수할 것이라는 소식까지 더해지며 1년 간 244% 폭등했다. 지난해 IPO 최대어였던 반도체 설계업체 ARM도 상장 초기에는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았지만 현재는 40% 이상 급등한 상태다. 대형 IPO 가운데 최악의 상장으로 꼽혔던 샌들 제조사 버켄스탁의 주가도 첫 주에 15% 가까이 폭락한 뒤 현재는 거의 회복했다.
물론 상장 후 주가가 떨어진 기업들도 있다. 식료품 배달 회사인 인스타카트가 대표 사례다. 하지만 연말이 다가올수록 시장에선 미 경제가 침체를 맞이 하지 않을 뿐더러 인플레이션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이 정상 궤도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이 강해졌다. 이에 힘입어 산타 랠리가 이어졌고 신규 상장 기업들의 주가도 크게 올랐다.
FT는 “신규 상장 기업들은 연말 급격한 주식시장 랠리의 가장 큰 수혜자”라며 “이들 기업의 주가가 크게 오른 덕분에 인스타카트 등의 주가 하락을 상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올해 IPO 시장이 2년 간의 침체를 끝내고 부활할 것이란 기대가 확산하고 있다. 딜로직에 따르면 2023년 미국에서 신규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 규모는 200억달러다. 이는 전년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지만, 2021년과 비교하면 90% 가량 급감한 것이다. 아울러 지난 10년 동안 역대 세 번째로 낮은 규모이기도 하다.
올해는 온라인 의류 소매업체인 쉬인, 베이커리 체인인 파네라 등 일부 유명 기업들도 상장을 추진하고 있어 IPO 시장에 대한 기대와 열기를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 상장을 미뤘던 소셜미디어 그룹 레딧 역시 잠재 투자자들과의 대화를 재개했다.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주식자본시장 글로벌 책임자인 제시 마크는 “올해 IPO 시장에 대해 보다 유리한 전망을 뒷받침하는 수많은 데이터가 지난 두 달 동안 있었다”고 짚었다.
다만 경계 목소리도 여전하다. 여전히 고금리 환경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적지 않은 기업들의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고 있어서다. 오는 11월 미 대통령 선거에 따른 불확실성도 하반기 IPO 일정을 빡빡하게 만들 수 있다는 진단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글로벌 주식자본시장 책임자인 그레그 나반은 “2024년 (IPO 시장) 개선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지만, 지금은 새로운 세상이다. (제로금리로 인해) 공짜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던 예전과는 전혀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22년 증시가 침체되기 전 10년 동안에는 투자자들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수익 성장에 초점을 맞춘 회사에 매력을 느꼈지만, (이제는) 수익성을 향한 명확한 경로를 보여줄 수 있는 회사에 프리미엄을 계속해서 부여할 것”이라며 “이는 주기적 변화가 아닌 장기적 변화다. 현재 자금 관리자들의 사고방식은 달라졌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