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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즘에 빠진 전기차 배터리, 드론에서 활로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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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잉크 기자I 2026.08.24 14: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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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중국산 드론에 대한 규제를 잇달아 강화하면서, 그 반사이익이 한국산 배터리로 향하고 있다.

발단은 자원 무기화다. 중국이 미국 드론업체 스카이디오 등에 배터리 공급을 끊는 방식으로 압박에 나서자, 미국 업계는 안정적인 대체 공급처를 찾아 나섰다. 특히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저비용 소형 드론 수십만 대를 신속히 배치하는 프로그램을 주도하면서, 미 국방수권법(NDAA)을 준수하는 신뢰할 수 있는 배터리 공급처 확보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미국 업계가 눈을 돌린 곳은 한국이다. 정밀 제조 기술력이 검증된 데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여유 생산능력을 갖춘 한국 배터리 기업들이 드론과 도심항공모빌리티(eVTOL) 같은 고부가가치 특수 배터리 시장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국방 시장의 탈중국 기조가 확고해지면서 한국의 정밀 제조 역량은 단순한 산업적 가치를 넘어 지정학적 안보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짚었다.

여기에 관세 조치까지 더해지며 중국산 드론의 미국 진입장벽은 한층 높아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의 안보와 공급망 강화를 명분으로, 드론과 드론 부품에 최대 100%의 관세를 부과하는 포고령에 서명했다. 최대이륙중량 25㎏을 넘는 드론이나 열화상 카메라 통합형 드론, 드론 도킹스테이션, 일부 핵심 부품이 이 관세의 대상이다. 25㎏ 이하 소형 드론에는 25%의 관세가 매겨진다. 반면 한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대만 등은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최대 15%의 관세만 적용받는다. 영국산은 최대 10%다. 특히 고성능·군사용 드론에서는 일반 대상 제품과 한국산 제품 간 관세율 차이가 최대 85%포인트까지 벌어질 수 있다. 다만 국내에서 생산했다고 무조건 15%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어서, 원산지 요건을 얼마나 충족하느냐가 관건이 된다.

시장에서는 이번 규제 강화를 명확한 기회로 받아들이면서도, 그 기회를 실제 성과로 옮기려면 넘어야 할 과제가 있다고 짚는다. 한 드론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드론의 미국 진입장벽이 높아진 것은 국내 기업에 분명한 기회”라면서도 “결국 그 기회를 실제 매출로 연결하려면 중국산 부품 의존도를 얼마나 빠르게 낮추고 미국이 요구하는 공급망 기준을 맞추느냐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배터리는 국산화가 가능하더라도, 드론을 구성하는 다른 부품까지 중국산을 완전히 걷어내지 못하면 관세 우대 혜택을 온전히 누리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편 중국 드론업계는 미국 시장에서의 압박을 다른 지역으로의 확장으로 상쇄하고 있다. 중국 세관 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필리핀향 드론 수출은 68% 늘었고, 독일과 말레이시아향 선적은 2배 넘게 증가했다. 파키스탄향 수출은 13배, 캄보디아향은 163배라는 폭발적인 증가율을 기록했다. 미국이라는 최대 시장에서 밀려난 자리를, 이른바 ‘글로벌 사우스’ 신흥시장으로 우회해 메우고 있는 모양새다. 이는 미국 중심의 탈중국 공급망 재편이 중국 드론산업 전체를 위축시키기보다는, 시장을 지역별로 양분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미국의 이번 드론 규제는 한국 배터리 기업들에 새로운 수출 창구를 열어주고 있지만, 그 창구를 얼마나 넓게 활용할 수 있을지는 부품 단위의 탈중국화와 미국이 요구하는 공급망 인증을 얼마나 빠르게 충족시키느냐에 달려 있다는 평가다.

<마켓잉크 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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