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검사장 집단성명 "대장동 항소포기, 경위와 법리 밝혀달라"

성주원 기자I 2025.11.10 11:12:25

전국 검사장들, 노만석 총장 대행에 추가설명 요구
"구체적 경위·법리적 이유 없어 납득 안돼" 반발
김태훈·임은정 불참…정진우는 사의 표명으로 빠져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전국 검사장 18명이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 항소 포기와 관련해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에게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대검 수뇌부를 향한 일선 검사장들의 이례적인 집단 성명이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재억 수원지검장과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 박영빈 인천지검장, 박현철 광주지검장, 임승철 서울서부지검장, 김창진 부산지검장 등 18명은 이날 오전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검사장들은 “검찰총장 권한대행께서 밝힌 입장은 항소 포기의 구체적인 경위와 법리적 이유가 전혀 포함돼 있지 않아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일선 검찰청의 공소유지 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검사장들은 권한대행께 항소 포기 지시에 이른 경위와 법리적 근거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다시 한번 요청드린다”고 적었다.

다만 김태훈 서울남부지검장과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지난 8일 해당 논란으로 사의를 표명한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도 불참했다.

정 지검장과 노 대행 입장 엇갈려

검사장들은 정 지검장과 노 대행의 엇갈린 입장을 대비시켜 지적했다.

검사장들은 “서울중앙지검장은 명백히 항소 의견이었지만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존중해 최종적으로 수사 공판팀에 항소 포기를 지시했다”며 “권한대행을 상대로 항소 의견을 관철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사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반면 노 대행은 전날 “대장동 사건은 통상의 중요 사건처럼 법무부의 의견도 참고한 후 해당 판결의 취지 및 내용, 항소 기준, 사건 경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거쳐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정 지검장은 사의 표명 당시 “대검의 지휘권은 따라야 하고 존중돼야 한다”면서도 “중앙지검의 의견을 설득했지만 관철시키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대검의 지시를 수용하지만, 중앙지검의 의견이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이번 상황에 책임을 지기 위해 사의를 표명했다”고 했다.

노만석(왼쪽) 검찰총장 직무대행과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 (사진=뉴스1)
검찰 내부 반발 확산…“범죄수익 환수 불가”

검찰 내부에서는 이번 결정에 대한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대장동 사건 공소 유지 실무책임자인 박경택 서울중앙지검 공판5부장검사는 전날 이프로스에 “적어도 대검이 중앙지검과 판단이 다르다면 구체적인 사유를 설명하며 왜 그러한 판단을 하고 있는지 알려주어 중앙지검에서 그에 대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기회라도 주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의사결정 과정”이라고 지적했다.

김영석 대검 감찰1과 검사는 같은 날 “검찰 역사상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엄청난 금액이 선고되지 않은 사건에서 항소 포기를 한 전례가 있었나”며 입장을 밝혔다. 그는 “항소 포기로 김만배, 정영학, 남욱 등 대장동 민간업자는 수천억 원 상당의 범죄수익을 그대로 향유할 수 있게 되었다”고 썼다.

검찰은 1심에서 대장동 민간업자가 7886억원의 불법 이득을 취했다며 전액 추징을 요구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473억원만을 추징했다. 정확한 액수 산정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초임검사인 천영환 울산지검 검사는 “수사 검사와 공판 검사의 항소 제기라는 만장일치 결정에 법무부와 대검이 반대한 이유는 무엇입니까”라고 물었다. 그는 “국민에 대해 배임적 행위를 한 법무부 장관과 대검 수뇌부의 사퇴를 요구한다”고 남겼다.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팀을 일선에서 지휘한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도 글을 올려 “이번 사태로 남욱, 정영학을 상대로는 범죄수익을 단 한 푼도 환수할 수 없게 되었고, 김만배를 상대로는 당초 예상 금액의 10분의 1에 불과한 금액만 추징 선고가 이루어졌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대검 수뇌부가 법무부의 의견을 듣고 불허 결정에 영향을 끼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일각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노 대행 등 대검 수뇌부의 사퇴 요구도 나오고 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10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며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결정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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