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들은 12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ARM이 이르면 오는 9월을 목표로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기 위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대규모 앵커 투자자를 유치하기 위해 엔비디아와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엔비디아는 ARM의 오랜 고객사 가운데 한 곳이다.
앵커 투자자는 기업공개(IPO)를 앞둔 기업 지분에 대규모로 투자해 말 그대로 ‘닻’을 내리는 역할을 담당하는 투자자를 뜻한다. 앵커 투자자는 다른 투자자의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거나 잠재적 투자자를 안심시키는 등 공모 흥행 및 성공을 좌우한다.
엔비디아와의 협상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직접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ARM의 IPO 과정에서 인공지능(AI)을 흥행 요소로 내세우기 위해 엔비디아를 끌어들이려는 시도라고 외신들은 평가했다. 한 소식통은 “엔비디아와 같은 사전 투자자를 확보하면 IPO 시장에서 수요가 보장된다”고 말했다. 또다른 소식통은 “엔비디아의 투자 참여만으로 ARM은 AI 관련주로 묶일 수 있다”고 했다.
다만 ARM의 기업가치를 책정하는 데 있어 엔비디아와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협상이 결렬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소식통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ARM의 기업가치를 350억~400억달러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ARM은 800억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다. 2배 이상의 격차다.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아직 협상이 성사된 것이 아니다”라며 “엔비디아의 투자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ARM과 엔비디아 측은 관련 논평을 거부했다.
당초 ARM은 미국과 영국 증시에 동시에 상장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기 위해선 미국이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뉴욕증시 단독 상장으로 선회했다. FT는 “ARM이 나스닥 상장에 성공하면, 2021년 말 시가총액 700억달러로 상장했던 전기자동차 제조업체 리비안에 이어 가장 가치있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