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구매 방식 등을 바꾸기 어렵다는 입장으로 갈등을 빚고 있다.
|
도교육청은 이 사업을 위해 개별구매, 공동구매 방식을 제안했고 대부분의 학교는 공동구매를 선택했다. 공동구매는 도교육청 산하 지역교육지원청이 수십개의 공기순환기 제품 중 추첨으로 2~5개를 후보군으로 모아 조달청 마스(MAS) 입찰로 최종 1개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다. 다수의 학교는 공동구매를 신청하면서 제품 성능, 소음 크기 등의 정보를 학부모에게 알리지 않았다.
이후 도내 A업체로부터 공동구매한 공기순환기에서 큰 소음이 발생해 207개 학교가 수개월간 피해를 입었다. A업체의 바닥형·스탠드형 공기순환기는 제품 시험서에 교육부 기준인 ‘55데시빌(dB) 이하’라고 표기됐지만 교실에서 가동했을 때 55데시빌을 넘었다. 수업시간 소음피해로 학생 등의 반발이 일자 도교육청은 A업체에 하자 보수를 요구해 간신히 55데시빌 이하로 낮췄다. 그러나 일부 학교는 현재 소음이 크다며 아예 작동시키지 않고 있다.
인천시교육청은 올해 100여개 학교의 노후 공기순환기 교체 사업을 하며 학교에 선택권을 주지 않고 지역교육지원청에 위임했다. 교육지원청은 제3자단가계약 방식으로 산업표준(KS B 6879)에 맞는 것 중 가장 저렴한 인천 업체의 제품을 구매한다. 성능 비교 없이 싼 것을 고르기 때문에 A업체 제품처럼 소음 피해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서울시교육청도 올해 노후 공기순환기 교체 사업을 교육지원청 구매 방식으로 할 계획으로 소음 피해 우려가 있다.
학부모들은 공기순환기 성능 기준과 구매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 학부모단체인 ‘미세먼지대책을촉구합니다’는 “교육부의 산업표준은 필터 성능 시험에 입자가 큰 22㎛ 짜리 먼지 포집까지 포함시켜 믿을 수 없다”며 “공기질 향상을 위해 필터 기준을 헤파13등급 이상으로 강화하고 소음 기준을 55데시빌보다 작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헤파13등급은 0.3㎛ 이상의 작은 먼지를 99.95%까지 포집할 수 있는 성능을 뜻한다.
이 단체는 “시중에 헤파13등급에 소음이 작은 제품이 많지만 교육지원청이 최저가 기준으로 구매해 후진 제품이 설치된다”며 “우수제품 설치를 위해 학부모와 성능을 비교한 뒤 구매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시큰둥한 모습이다. 인천시교육청은 “인력이 없어 해당 사업을 교육지원청에 맡겼고 필터 성능이나 소음 문제는 교육지원청 책임이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교육청은 “교육부 기준에 부합하면 제품에 하자가 없는 것으로 최저가 구매 등을 할 것이다”며 “성능을 따져 구입하면 업체로부터 민원을 받을 수 있다”고 표명했다.
교육부는 “필터·소음 기준은 국가기술표준원 등이 만든 것으로 바꾸기 어렵지만 검토하겠다”며 “갑자기 변경하면 사회적 비용과 민원이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