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달러 AI 투자 열풍…그 뒤에 가려진 '실패' 위험

방성훈 기자I 2025.09.12 11:23:06

2028년 투자액 3조달러 넘어설 전망…승자독식 경쟁
최초 개발자는 천문학적 수익…나머진 막대한 손실
투자 방대해 손실 흡수해도 경제·금융 충격 불가피
"데이터센터·AI칩 투자 옳은 방향인지도 아직 몰라"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누군가는 투자에 성공해 천문학적 수익을 거두겠지만, 투자에 실패한 나머지는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11일(현지시간) 인공지능(AI) 투자 열풍과 관련해 “2028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센터 투자액이 3조달러(약 4168조 5000억원)를 넘어설 전망”이라며 이같이 보도했다. AI 기술이 성공해도 다수 투자자는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즉 경제·금융 시스템에 대한 막대한 충격 역시 피할 수 없다는 의미다.

(사진=AFP)


올해 미국의 대형 기술기업들은 AI 모델 운영에 필요한 인프라에 4000억달러(약 555조 8800억원)를 투자할 예정이다. 선두 주자인 오픈AI 와 앤트로픽은 몇 달마다 수십억달러를 투자하고 있으며, 두 회사의 기업가치는 합산 5000억달러(약 694조 8500억원)에 육박한다. 다른 주요 기업들 역시 경쟁적으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만큼, 현 추세대로라면 2028년엔 전체 데이터센터 투자액이 3조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AI 투자자들은 평균적인 인간보다 뛰어난 범용인공지능(AGI) 모델 개발까지 몇 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에 따르면 AGI 등장은 연간 약 20%의 새로운 경제성장 기회를 열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AGI 개발을 최초로 달성한 기업은 상상할 수 없는 수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기업에 투자한 주주들에게도 천문학적 수익이 돌아간다. 또한 AI 기술을 적극 도입·활용해 성장을 이룬 기업이나 해당 기업에 투자한 주주들도 적지 않은 이익을 챙길 수 있다.

그러나 투자 대상을 잘못 고른 나머지 투자자들은 수익을 실현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투자한 기업이 AI 기술 발전 방향을 틀거나, AI 기술을 회사를 성장시키는 데 유용하게 쓰지 못한다면 투자자금 흐름은 크게 둔화할 수밖에 없다. 나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기업들은 도산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19세기 미국에서 벌어진 교류(AC)와 직류(DC) 간 ‘전류 전쟁’이 재현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당시 직류 방식이 먼저 상용화됐지만, 결과적으로는 교류 방식이 기술적, 경제적 우위를 인정받아 전력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직류 전기회사들은 경쟁에서 밀려 합병되거나 사업을 접어야만 했다. 이들 회사에 투자한 주주들도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이코노미스트는 “투자회수 시점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기 어렵다”며 비슷한 상항에 직면할 가능성을 배제해선 안된다고 경고했다. 실제 대다수 투자자들은 현재 대형언어모델(LLM)을 실행할 수 있는 AI 모델이 유력한 승자가 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초기 투자자들은 최근 더 작은 언어모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는 향후 AI 모델 구동에 있어 컴퓨팅 용량이 더 적게 필요할 수 있음을 시사, 장기적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즉 서버나 특수 칩에 대한 막대한 투자가 무용지물이 될 위험이 상존한다는 얘기다. 이코노미스트는 “혁신 영역에서는 시장 예측 실패가 곧 투자 손실로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기술에 대한 불안감, 신속한 전력공급의 어려움, 경영진의 신중함 등으로 AGI 개발이 예상보다 느리게 진행돼 AI 수익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데이터센터. (사진=이미지투데이)


문제는 투자 붐이 확산할수록 자금 조달 구조의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대부분의 IT 대기업이 견조한 수익성과 자본력을 보유해 투자 손실을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AI 스타트업 역시 주로 대형 벤처·국부펀드 등 자본력이 충분한 곳에서 투자를 받고 있다. 다만 투자 구조가 복잡해질수록 금융 위험성도 커질 가능성이 있다.

반면 발전사를 비롯해 전력공급을 위해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기업들, 특히 부채비율이 높은 설비업체 등은 외부 충격에 취약하다. 만약 AI 투자 프로젝트가 축소되거나 중단되면, 데이터센터 건설 감소와 고용 축소로 직결될 수 있다. 미국 경제성장마저 급격히 둔화할 수 있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중 40%가 최근 AI 붐 덕분이라는 분석도 있다.

경기침체시 자산가들의 소비 위축, 고금리·무역장벽 등 거시경제 악재까지 겹치면 금융시장 전체로 불안이 확산할 수 있다. AI 기업 주가 급락은 개인 자산을 위협하고 돈의 흐름이 둔화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만약 AI 기술이 그동안 낙관적으로 제시된 화려한 약속들을 실현할 수 있다면 새로운 역사의 장이 열릴 것”이라면서도 “투자 열풍이 커질수록 냉각에 따른 파급 효과도 커진다는 점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이어 “특히 가계(개인 투자자)는 2000년 닷컴 버블 때보다 주식에 더 많이 노출돼 있다. 극빈층은 주식을 거의 보유하지 않기 때문에 피해를 보지 않겠지만, 시장을 지탱해온 부유층은 타격도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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