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시간)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올해 이미 인구 34억명에 달하는 67개국에서 10억명이 선거에 참여했으며, 연말까지 약 4억4000만명의 사람들이 추가로 투표할 예정이다.
대미를 장식할 미국 대선은 내달 5일로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이코노미스트는 “지금까지 민주주의는 2024년에 직면한 거대한 시험을 거의 통과했다며, 이제 미국에서 합법적이고 평화적인 권력 이양이 이뤄질지 주목된다”며 “많은 이들의 자유를 구현하는 초강대국인 미국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느냐에 따라 전 세계 민주주의의 건전성에 대한 인식이 흔들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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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투표가 90% 시행된 현재까지는 민주주의가 상당히 회복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선거가 자유로웠던 42개국에서는 높은 투표율을 보였고 선거 조작과 폭력은 제한적이었으며, 현 정권이 심판을 받은 사례들도 나왔다.
이코노미스트는 가장 긍정적인 소식은 유권자 투표율이 20년 만에 처음으로 증가했다는 점을 꼽았다. 이는 민주주의가 여전히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완전한 민주주의’로 분류한 국가들에서는 투표율이 유지됐으며, ‘결함 있는 민주주의’ 국가들에서는 투표율이 3%포인트 상승했다. 프랑스, 인도네시아, 한국, 멕시코와 같은 주요 국가들에서 투표율이 상승했으며, 심지어는 유럽 의회 선거에서조차 2004년 이후 가장 높은 참여율을 기록했다.
선거를 훼손하려는 시도들이 실패로 돌아간 점도 또 다른 긍정적인 요소다. 국제민주주의 및 선거지원 연구소의 케빈 카사스-자모라는 “슈퍼 선거의 해를 앞두고 전문가들은 소셜미디어(SNS)와 인공지능(AI)을 이용한 허위정보 캠페인이 유권자를 속일 수 있다고 우려했지만 이와 관련한 증거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대만 유권자들은 중국의 협박에도 라이칭더를 대통령으로 선택했고, 몰도바는 다음 달 대선과 EU 가입 목표를 헌법에 포함할지를 결정하는 국민투표를 아두고 러시아의 체제 전복에 대응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다수의 지역 선거는 평화롭게 치러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코노미스트의 데이터분석에 따르면 27개국 표본에서 선거 관련 폭력은 이전 선거에 비해 평균적으로 감소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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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유권자들이 지도자를 심판하는 성격의 선거가 치러졌다. 올해까지 시행된 민주적 선거 가운데 유럽의회 선거를 제외하고 거의 절반 이상이 권력 교체가 이뤄졌다. 영국에서는 야당인 노동당이 19997년 이후 가장 많은 의회 의석을 차지했고, 우리나라에서도 집권당인 국민의힘이 지난 4월 참패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신흥 경제국에서도 이어져 현직 정치인들이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강력한 질책을 받았다. 부패와 무능함에 염증을 느낀 남아프리카 유권자들은 1994년 이후 처음으로 집권당인 아프리카민족회의(ANC)의 전권을 박탈했다. 인도에서도 지난 6월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의회 과반 의석을 잃어 연정을 통해 통치하게 됐다. 튀르키예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도 지난 3월 지방선거에서 주요 도시에서 패배했다.
반면 새로운 위험요소들도 등장했다. 이코노미스트는 “SNS나 AI 기반 기술을 이용한 신세대 독재자들이 등장하고 있다”며 “유권자들의 분열과 물러난 지도자들이 정치적 영향력을 계속 행사하려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전쟁 속에 치러진 러시아 대통령 선거에서 88% 득표율로 당선된 블라드미르 푸틴 대통령 당선은 ‘가짜 선거’라고 이코노미스트는 규정했다. 1994년부터 르완다를 통치해 온 폴 카가메는 지난 7월 치러진 대선에서 99% 득표율로 대통령에 당선됐고, 알제리에서는 현직 대통령인 압델마지드 테부네가 95%의 득표율로 승리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부정선거’ 의혹에 휩싸였다.
또 유럽에서는 정당 간 분열이 커지면서 연합 정부를 구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유권자들의 불신을 키우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 네덜란드 등에서는 중도 정당이 약화하고 극우·극좌 정당의 지지가 상승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조코 위도도 전 대통령이 여전히 중요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퇴임 후에도 권력을 유지하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는 점은 민주주의에 대한 새로운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는 “올해 선거들로 인해 민주주의는 회복력과 문제점을 모두 드러냈다”며 “특히 미국 대선이 다가오면서 선거가 평화롭고 질서 있게 치러진다면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가 더 강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