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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쓰나미’+'反크립토' 인물들 귀환…美가상자산 규제환경 급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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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기자I 2026.11.05 07:4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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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상·하원 동시 장악 전망…공화당 ‘트리플 레드’ 구도 깨져
클래리티법, 해 넘겨 원점 재추진 불가피…워런 상원 은행위원장 유력
3억달러 쏟은 업계, 오하이오서 ‘반(反)크립토’ 브라운 낙선에 실패
비트코인 6주 최저서 반등…ETF 자금 이탈·해킹 후폭풍은 여전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독식하게 되면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순풍을 타던 가상자산 업계가 정치적 역풍을 맞게 됐다. 업계가 사활을 걸어온 가상자산 시장구조법안(클래리티법)은 사실상 해를 넘겨 원점에서 다시 추진해야 할 처지에 놓였고, 업계가 의회 내 최대 적으로 꼽는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상원 은행위원장을 맡을 가능성도 커졌다.

'블루쓰나미’+'反크립토' 인물들 귀환…美가상자산 규제환경 급변
다만 비트코인 가격은 선거 직후 6주 만의 최저치로 밀렸다가 곧바로 반등해 8만달러선을 되찾았다. 민주당 압승이 이미 가격에 상당 부분 반영돼 있었던 데다, 트럼프 정부가 깔아놓은 우호적 규제 환경이 당장 뒤집히지는 않을 것이란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선 이번 선거가 비트코인 가격 자체보다는 거래소·스테이블코인 발행사 등 제도권 크립토 기업들에 더 큰 변수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공화당 우위 구도 깨져…“의회, 친(親)크립토에서 견제로”

4일(현지시간) 코인데스크 등에 따르면 민주당은 전날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상원 다수당 지위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원에서도 개표 초반부터 10여석 이상을 뒤집으며 과반(218석)을 넉넉히 넘길 것으로 보인다. 정치 분석가들 사이에선 하원 의석 차가 60석을 넘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불만이 표로 표출되면서 텍사스(제임스 탈라리코), 노스캐롤라이나(로이 쿠퍼), 캔자스(애덤 해밀턴), 아이오와(조시 투렉), 사우스캐롤라이나(애니 앤드루스) 등 전통적인 공화당 강세 지역에서도 민주당 후보가 승리했다.

코인데스크는 행정·입법·사법 3권을 모두 공화당이 쥐고 있던 구도가 이번 선거로 무너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의회 주도권을 쥐게 된 민주당은 더 이상 대통령으로부터 친크립토 규제체계를 만들라는 압박을 받지 않게 되며, 크립토 이해관계를 겨냥한 의회 조사에도 자유롭게 나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CNBC 역시 선거 직전 분석에서 이번 중간선거가 트럼프 행정부의 규제 전환이 항구적인 법으로 굳어질지, 다음 정부에서 언제든 뒤집힐 수 있는 상태로 남을지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클래리티법 ‘사실상 원점’…워런·워터스 전면에

가장 큰 타격은 업계 숙원인 디지털자산 시장구조법, 이른바 클래리티법이다. 이 법안은 연방 규제당국이 각종 가상자산과 거래 활동을 어떻게 감독할지 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지난 9월 상원 절차표결에서 찬성 49표, 반대 50표로 가결 요건인 60표에 크게 못 미치며 본회의 토론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당시 코인베이스와 서클 주가는 장중 최대 11% 급락했다.

셔러드 브라운과 엘리자베스 워런 의원
셔러드 브라운과 엘리자베스 워런 의원
협상 과정에서 민주당은 불법자금 통제 강화,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공직자의 크립토 사업 참여 제한, 소비자보호 확대 등을 요구해왔다. 스테이블코인 보유자에게 지급하는 보상(리워드) 문제도 핵심 쟁점이었다. 디크립트는 트럼프 대통령과 일가의 개인 크립토 사업이 민주당 의원들과의 최대 갈등 요인이었다고 짚었고, 코인데스크는 이런 요구들이 앞으로 더 강경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새 의회는 내년 1월 출범한다. 현 회기 안에 법안이 되살아나지 않으면 업계는 민주당이 양원을 켜쥐는 상황에서 입법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디크립트 예측시장에서 클래리티법이 올해 안에 대통령 서명까지 갈 확률은 3%에 그쳤다.

상임위원회 지형도 달라진다. 크립토 법안을 처리해야 하는 상원 은행위원회 위원장에는 워런 의원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선 대표적 크립토 비판론자인 맥신 워터스 의원의 위원장 복귀가 거론되지만, 당내 도전자도 있는 상황이다. 반면 스테이블코인법 통과를 이끌었던 프렌치 힐 현 금융서비스위원장은 접전 끝에 근소한 우위를 지키고 있고, 크립토 소위원장을 맡아온 브라이언 스테일 의원은 4%포인트 가량 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업계 내부에선 가상자산 과세 법안 등 개별 사안에서는 진전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원은 여전히 초당적 지지층이 두터운 만큼 표적형 입법의 여지는 남아 있다는 것이다. 다만 또 한 번의 포괄적 시장구조법 추진에 대해선 로비스트들조차 기대를 낮추고 있다.

3억달러 베팅도 무위…셔러드 브라운마저 귀환

크립토 업계의 막대한 선거자금도 빛을 보지 못했다. 업계는 2024년과 2026년 두 차례 선거에서 여야를 가리지 않고 친크립토 후보를 지원하는 데 3억달러 이상을 썼다. 올해에만 100곳이 넘는 선거에 약 1억7600만달러가 투입됐다. 특히 선거 막바지에는 여론조사와 예측시장이 민주당 우세를 가리키는데도 공화당 후보 지원과 민주당 후보 낙선에 자금을 집중했다.

상징적인 곳이 오하이오다. 업계는 대표적인 크립토 비판론자인 셔러드 브라운 전 상원의원의 재입성을 막기 위해 전례 없는 6300만달러를 쏟아부었지만, 브라운 전 의원의 승리가 유력하다. 그는 과거 상원 은행위원장을 오래 지낸 인물로, 2024년 낙선으로 선수(選數)는 초기화됐지만 크립토 관련 사안에서 입김을 행사할 자리를 맡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네브래스카에선 크립토 슈퍼팩 페어셰이크(Fairshake)가 공화당 피트 리케츠 의원을 위해 약 1100만달러를 썼지만, 리케츠 의원은 개표 중반까지 근소한 우위를 지키는 데 그쳤다.

비트코인 “악재 선반영”…6주 최저서 8만달러 회복

시장은 일단 담담하게 반응했다. 비트코인은 개표가 진행되는 동안 7만5700달러 안팎까지 밀리며 6주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이후 반등에 성공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4일 한때 4.2% 오른 8만1000달러를 소폭 웃돌며 장 초반 낙폭을 모두 만회했다. 이더리움도 7% 가량 뛰어 2434달러를 기록했다. 선거 결과가 분명해지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걷힌 뉴욕증시도 동반 반등했다. 다우존스지수는 2.5%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민주당 압승 시나리오가 이미 가격에 반영돼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앙드레 드라고슈 비트와이즈 유럽 리서치헤드는 디크립트에 “민주당 압승은 중간선거 전부터 대부분 가격에 반영돼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심리가 이미 바닥권이었고 매도세 소진 조짐도 나타나고 있었던 만큼 하방 위험이 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더라도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내놓은 친크립토 지침을 되돌릴 수는 없다는 점을 반등 배경으로 꼽았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가 쌓아온 성과는 당장 흔들리지 않는다. 행정부는 그동안 규제 집행을 완화하고 전략적 비트코인 비축을 마련했으며, 연방 차원의 스테이블코인법도 통과시켰다. 디크립트는 입법 지연이 명확한 법적 지위가 필요한 거래소·토큰 발행사에는 부담이지만, 비트코인 가격에는 유동성과 금리, 투자자금 흐름이 여전히 더 큰 변수라고 진단했다.

다만 이번 반등을 추세 전환으로 보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디크립트는 기술적으로 보면 이번 회복은 포모(FOMO)성 급등이라기보다 자연스러운 되돌림에 가깝고, 같은 시간 미국 주가지수 선물도 함께 반등한 만큼 정치 변수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시장 체력 여전히 허약…ETF 순유출·바이낸스 해킹 부담

선거와 별개로 시장 체력은 여전히 약하다. 전체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최근 한 달사이 약 3000억달러가 증발해 2조6700억달러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차입비용 상승과 인공지능(AI) 투자 수익성에 대한 우려로 투자자들이 채권이나 금 같은 안전자산으로 옮겨간 영향이다.

기관 자금 이탈도 이어지고 있다. 주요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에서는 지난 10월 한 달간 2억1500만달러가 순유출됐고, 연간 누적 순유출은 18억4000만달러에 이른다. 블룸버그는 이번 반등이 대형 거래소 해킹과 비트코인 펀드 자금 이탈로 이미 타격을 입은 시장에 모처럼 숨통을 틔워줬다고 전했다. 지난주 발생한 바이낸스 해킹 사태의 여파가 아직 가시지 않았다는 얘기다.

선거 직전 투자자 심리도 밝지 않았다. 블룸버그가 트레이더와 포트폴리오 매니저 등 301명을 설문한 결과,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할 경우 비트코인이 올해를 하락세로 마칠 것이란 응답이 71%에 달했다. 연말 10만달러 돌파 가능성을 점친 응답은 공화당 장악 시 29%, 민주당 장악 시 8%로 큰 차이를 보였다.

결국 향후 2년간 미국 크립토 정책은 ‘입법’보다는 SEC·CFTC 중심의 ‘행정규칙’과 민주당 의회의 ‘감시·조사’가 평행선을 그리는 구도가 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행정규칙은 법률보다 훨씬 쉽게 뒤집힐 수 있다는 점이다. 업계가 그토록 클래리티법에 매달렸던 이유다. 비트코인은 ‘악재 소멸’에 안도했지만, 대선이 있는 2028년까지 디지털자산 업계의 제도권 편입 시계는 다시 느려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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