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순용 의학전문기자] 간암은 다른 암과 구별되는 특징이 있다. 대부분의 암 치료가 종양 자체를 없애는 데 집중하는 것과 달리 간암은 종양을 치료하는 동시에 간 기능을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 암을 없애는 데만 치중하다 간 기능이 무너지면, 이후 이어져야 할 치료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크기의 암이라도 치료법은 환자마다 달라질 수 있다. 예컨대 3㎝ 크기의 간암을 가진 두 환자가 있다고 가정하면 잔존 간 기능이 충분하고 황달이나 복수가 없으며 간문맥압이 높지 않은 환자는 수술이나 소작술 등 여러 치료법 가운데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다.
반면 같은 크기의 암이라도 황달, 복수, 정맥류 등을 동반해 잔존 간 기능이 부족한 환자는 수술 후 간부전 위험이 높아 간이식이나 색전술 등 다른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종양의 크기만으로 치료법이 결정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간암의 병기를 나누는 대표적 기준인 ‘바르셀로나 클리닉 간암 분류’(BCLC)에서도 간 기능은 핵심 변수로 다뤄진다. 간 기능이 저하될수록 선택 가능한 치료방법 선택은 단계적으로 줄어든다. 간절제, 간이식, 소작술, 색전술, 방사선치료, 전신항암치료 등 다양한 치료법이 존재하지만 간 기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 가운데 상당수는 시도조차 할 수 없게 된다.
이 때문에 간암 진료는 치료 전, 치료 중, 치료 후 전 과정에서 간 기능을 지속적으로 살펴야 한다.
치료 전에는 치료 이후 남을 간의 부피와 기능, 황달·복수·정맥류 동반 여부, 차일드-푸나 알비(ALBI), 멜드(MELD) 같은 간 기능 평가 점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치료 중에는 약물 조절과 신기능 관리, 원인 질환인 바이러스성 간염에 대한 항바이러스제 투여 등을 통해 간 기능이 급격히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한다. 치료 후에는 재발 여부와 만성 간질환의 경과를 함께 추적하며, 필요한 경우 간이식 가능성까지 재평가한다.
특히 복합적 접근을 위해서는 소화기내과, 영상의학과, 병리과, 방사선종양학과, 간호 코디네이터, 외과 등 여러 진료과의 협진, 즉 다학제 진료가 필수적이다. 다학제 진료를 받은 환자군은 그렇지 않은 환자군에 비해 5년 생존율이 유의하게 높게 나타났으며, 사망 위험 역시 큰 폭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또 간암 환자와 가족, 그리고 환자를 자주 접하는 의료진 모두 간 기능 악화의 징후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눈이나 피부가 평소보다 노랗게 변하는 황달, 소변 색이 진해지는 증상, 배가 갑자기 붓거나 체중이 급격히 느는 복수 증상, 평소와 다른 말과 행동의 변화, 흑색변이나 출혈, 식사량 감소, 원인을 알 수 없는 발열 등이 나타나면 간 기능이 약화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류담 순천향대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간암은 암 자체의 문제와 간이라는 장기의 문제를 동시에 안고 있는 질환”이라며 “종양 크기만 보고 치료를 판단하기보다 잔존 간 기능과 환자의 전신 상태를 함께 살펴야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