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의대생 수업 복귀하자…“잡아 족쳐야” 맹비난

권혜미 기자I 2025.01.21 16:41:35

20일 서울의대 3·4학년 수업 개강
약 70명 수업 참여…‘복귀 명단’ 등장
실명 거론하며 “매국노” 등 심한 비난
“위협 느낀 학생, 교수에 도움 요청도”

[이데일리 권혜미 기자] 서울의대 본과 3·4학년 새 학기 수업에서 약 70여 명의 학생이 수업에 참여한 가운데, 의사 커뮤니티에 이들의 실명이 적힌 ‘복귀자 블랙리스트’가 또다시 돌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전날 개강한 서울의대 본과 3학년 ‘임상 추론’ 과목의 세부 강의에는 40여명 정도가 출석했다. 서울의대 학년별 정원은 135명이지만 휴학과 유급 등으로 실제 전체 인원은 140명가량이다. 전체의 약 30%가 출석한 것이다.

서울시내 한 의과대학에 의사 가운이 걸려있다.(사진=뉴시스)
같은 날 서울의대 본과 4학년을 대상으로 진행된 ‘인간·사회·의료’ 과목의 세부 강의에도 30여 명이 출석했다.

개강 첫날 수업에 학생 70여 명이 참석한 것이 알려지자 의사 익명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는 출석자의 실명이 게재된 ‘서울의대 복귀자 명단’과 함께 이들을 향한 인신공격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메디스태프는 의사·의대생 신분을 인증해야 활동이 가능하다.

일부 이용자들은 “전체 명단을 보내달라”, “잡아 족쳐야 한다”, “돌아간 30%를 빨리 잘라내고 고립시켜야 한다”, “뿌리까지 뽑아버려야 한다”, “매국노다” 등의 악의적 비난을 퍼부었다.

일부는 “서울의대 본과 3학년 대표는 친일파 이완용이다”, “병원에 오면 가만 안 두겠다”고 학생 대표들에게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또한 서울의대 본과 4학년생들이 모여 있는 카카오톡 익명 채팅방에는 타 대학 의대생 일부가 난입해 이들을 복귀하지 못하도록 압박하고 공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채팅방은 현재 개설자에 의해 강제로 종료된 상태다.

의료계 집단행동 불참 의사와 의대생 명단을 SNS 등에 게시한 사직 전공의 A씨가 지난 9월 20일 영장실질심사 후 서울중앙지법에서 나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서울의대 교수 비대위원장을 지낸 강희경 교수는 “위협을 느낀 학생이 모 교수님께 도움을 요청했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서울대 의대 교수는 “학생들이 돌아왔으면 좋겠지만, 현재 분위기가 앞으로의 복귀에 영향을 끼칠 것 같아 걱정이 된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서울의대 교수는 “개강 전인 다른 의대나 본과 다른 학년들에도 동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등록금 납부가 끝나면 최종 복학 인원 숫자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지난해 9월에는 의료계 집단행동에 동참하지 않은 의사·의대생 1100여 명의 신상 정보가 담긴 블랙리스트를 유포한 사직 전공의 A씨가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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