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SIE) ‘파이널 판타지16’ 미디어 행사에서 만난 히로시 타카이 스퀘어에닉스 메인 디렉터의 말이다. 하나의 게임 IP가 무려 35년의 역사를 이어온 비결을 묻자 그는 이같이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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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간 1억7300만장 팔린 ‘RPG 대명사’로 ‘우뚝’
‘파이널 판타지’ IP는 1987년 일본 개발사 스퀘어(스퀘어에닉스 전신)가 첫 시리즈를 론칭한 뒤 지금까지 주력으로 내세우고 있는 콘솔 타이틀이다. 올해 기준으로 시리즈 누적 판매 대수가 무려 1억7300만장에 이른다. 전 세계 RPG 장르 게임 중 판매량 2위(1위는 포켓몬스터)에 달할 정도로 글로벌 게임 이용자들 사이에선 JRPG(일본 RPG)의 대명사로 꼽힌다.
이처럼 역사 깊은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의 신작이 다음 달 22일 출시된다. 16번째에 이르는 장수 시리즈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스퀘어에닉스는 어떤 기준을 내세우고 있을까. 타카이 디렉터는 1992년 출시됐던 ‘파이널 판타지5’부터 개발에 참여했던 인물이다.
타카이 디렉터는 “35년이나 된 장수 시리즈를 아무 기준 없이 이어올 순 없다”며 “개발진들은 현재의 기술로 가장 훌륭하게 표현할 수 있는 그래픽, 게임 이용자를 감동시키는 스토리, 이용자들에게 맞는 새로운 전투 시스템 등 3가지 기준을 통해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의 정체성을 지켜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같은 최소한의 기준을 지켜나간다면 게임 이용자들 역시 우리가 만드는 신작들을 ‘파이널 판타지 답다’고 느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신작 ‘파이날 판타지16’을 실제 현장에서 체험해보니 초반부터 스토리 몰입감이 높았는데, 유명 해외드라마 ‘왕좌의게임’을 보는 듯한 내용 전개가 눈길을 끌었다. 타카이 디렉터에 따르면 탄탄한 스토리성을 위해 개발 초기부터 스태프들에게 ‘왕좌의게임’을 보게끔 했다. 입체적인 ‘파이널 판타지’만의 스토리를 만들기위해 고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파이널 판타지’ IP의 힘은 막강하다. 마이크로소프트(MS·콘솔명 엑스박스)와 글로벌 콘솔 플랫폼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SIE(콘솔명 플레이스테이션) 입장에서는 확고한 독점작이 필요한데, ‘파이널 판타지’는 올해 플레이스테이션 진영의 ‘핵심카드’다. 실제 이날 행사에서도 SIE 측이 개발사 스퀘어에닉스를 대하는 태도에도 조심스러움이 묻어져 나왔다.
게임 업계 한 관계자는 “보통 SIE 같은 거대 플랫폼사의 경우 ‘절대 갑’의 위치에 있는데, ‘파이널 판타지’ 같은 거물 IP의 경우 최대한 우군으로 끌어들어야 하는만큼 일반 게임사 IP들과 대우가 다를 것”이라며 “이것이 유명 IP의 힘인 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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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게임사들도 최근 글로벌 IP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그간 국내 게임 업계가 한국이라는 좁은 내수시장 중심으로 커왔다면, 이제는 북미, 유럽, 아시아 등 글로벌 시장으로 외연을 확장하고자 하는 시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파이널 판타지’ 같은 글로벌 IP의 행보는 국내 게임사들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아직 국내 게임사들은 특정 장르(MMORPG)나 특정 비즈니스모델(BM·확률형 아이템 등)의 쏠림현상이 심하다는 지적이 많다. 당장의 수익성 확대를 위한 전략이다. 하지만 국내 게임 이용자들의 눈높이가 점차 높아지면서 한국에서도 고품질의 게임 및 IP를 바라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파이널 판타지’ 같은 글로벌 IP를 만들기 위해선 국내 게임사들이 이제 고품질의 내러티브(서사)에 신경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MMORPG 중심의 국내 게임들은 스토리보다 많은 게임 이용자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요소에 더 집중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최근 국내 게임사들이 콘솔과 글로벌 시장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는 상황인만큼 게임 개발 전략도 바뀌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재홍 한국게임정책학회장(숭실대 교수)는 “국내 게임사들도 새로운 탈출구로 글로벌 콘솔시장에 적극 나서고 있는데, 아직은 ‘스토리성’이 부족하다”며 “엔씨소프트(036570)만 하더라도 대표 IP ‘리니지’의 원작을 잘 살려서 내러티브 있는 시나리오를 채용했더라면 더 큰 발전이 있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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