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에 대응 못한` 액티브펀드 몰락…메리츠운용 `한숨만`

김기훈 기자I 2016.09.19 16:06:55

연초후 수익률 -4.6%…26개사 중 23개사 '마이너스'
장세 변화 대응 늦어…삼성전자 독주도 '직격탄'
메리츠운용 -18%로 '꼴찌'…IBK는 2.6%로 '선전'



[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올들어 박스권 장세 속에서 펀드매니저의 운용 역량에 성과가 좌우되는 액티브펀드 수익률이 부진을 면치 못하며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좋은 인덱스펀드로의 자금 쏠림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시장흐름이 인덱스펀드로 완전히 넘어가면서 액티브펀드가 암흑기에 들어섰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액티브펀드 90%가 올들어 손실…자금도 이탈

19일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13일 기준 국내 일반주식형 펀드(액티브 펀드) 순자산 500억원 이상 26개 운용사의 액티브펀드 연초후 평균수익률은 마이너스(-)4.64%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1.54%,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K200인덱스펀드가 4.02%의 수익률을 달성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참담한 수준이다. 26개사 중 90%에 가까운 23개사가 손실을 내고 있다.

부진한 성과에 떠나는 투자자들이 부지기수다. 연초 이후 액티브 펀드에서 유출된 자금은 3조3382억원으로 주식형 펀드 전체 유출액의 절반을 웃돈다. 지난 6월부터 빠져나간 자금만 2조3500억원에 이른다. 특히 대형 운용사들이 자금 유출에 몸살을 앓고 있다. KB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등의 유출액은 3000억~4000억원에 달한다. 연기금과 공제회 등도 큰손들도 액티브 펀드에서 자금을 빼내 인덱스 펀드로 옮기는 추세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들은 액티브 펀드의 동반 성과 부진에 대해 대다수 펀드 매니저가 시장 변화에 재빨리 대응하지 못한 탓이 크다고 지적한다. 중소형주에서 대형주로 장세가 이동하고 그간 실적이 좋지 않아 외면받았던 소재와 산업재 등이 새로운 주도주로 부상하는 과정에서 포트폴리오 조정에 소홀했거나 대응에 늦었다는 것. 아울러 대장주 삼성전자 주가가 홀로 고공행진을 하면서 삼성전자 비중을 제한적으로 가져가는 액티브 펀드들이 부진할 수밖에 없었다는 견해다.

◇메리츠운용 -18% `최악`…IBK·신영 등은 선방

지난해 ‘메리츠코리아펀드’로 국내 펀드시장에서 실로 오랜만에 공모펀드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메리츠자산운용은 격세지감을 체험하고 있다. 메리츠운용은 올 들어 -17.95%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전체 운용사 가운데 최악의 성과다. 설정액이 1조5000억원에 육박하는 간판펀드 ‘메리츠코리아 1[주식]종류A’ 가 -17.97%에 그치고 있는 탓이 크다. 화장품과 음식료 등 일부 소비재 업종에 포트폴리오를 집중한 것이 시장 트렌드 변화 속에서 독(毒)이 됐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일부 업종에 편향적인 포트폴리오 운용이 장세 변화의 직격탄을 맞았다”고 말했다. 메리츠와 함께 작년 펀드 성과 최상위권을 자랑했던 라자드코리아자산운용도 -13.49%로 체면을 구기고 있다. 이외에 알리안츠글로벌인베스터스자산운용(-9.22%)과 마이다스자산운용(-9.01%), JP모간자산운용(-8.05%) 에셋플러스자산운용(-6.95%) 등 국내·외국계, 규모를 막론하고 성과 악화에 허덕이고 있다.

그나마 IBK자산운용은 2.66% 수익률로 선전하고 있다. ‘IBK밸류코리아자[주식]A’가 5.88%를 기록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IBK평생설계연금전환자[주식] C’(2.77%), ‘IBK그랑프리한국대표자[주식]A’(2.31%) 등 현재 운용 중인 대다수 펀드 수익률이 평균을 넘어선다. IBK밸류코리아펀드의 경우 1등주 삼성전자를 대거 담은 것을 비롯해 NAVER와 SK하이닉스 등 정보기술(IT) 업종을 중심으로 투자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가치투자의 명가’ 신영자산운용과 NH-아문디자산운용도 각각 0.36%, 0.32%로 선방하고 있다. ‘NH-Amundi장기성장대표기업[주식]ClassC1’과 ‘NH-Amundi대한민국베스트30[주식]Class C1’은 삼성전자 비중을 높게 가져가면서 2~3%대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고 국내 대표 장수펀드인 ‘신영마라톤(주식)A’는 다른 대형 펀드 대비 삼성전자 비중을 적게 가져 가면서도 고른 투자를 통해 플러스 성과를 유지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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