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순용 의학전문기자] 대한민국이 빠르게 고령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과 같은 만성질환을 하나 이상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지고, 심혈관질환이나 신장질환, 호흡기질환 등을 함께 앓는 환자도 적지 않다.
이러한 변화는 수술을 받는 환자의 모습도 바꾸고 있다. 과거에는 특정 질환 하나를 치료하기 위해 수술을 시행했다면, 이제는 여러 만성질환을 동시에 가진 환자가 수술을 받는 상황이 흔해지고 있다. 특히 고령 환자에게 응급수술이나 복부 수술이 필요한 경우에는 단순히 수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하는 것만으로 치료가 끝나지 않는다.
인천세종병원 이상명 진료부장(외과)은 “고령화 시대, 수술이 필요한 고령 환자에게 절실한 건 단순 ‘수술’만이 아니다”라며 “수술 전 환자의 전신상태를 정확히 평가하고, 수술 중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응하며, 수술 후 기존 질환이 악화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과정까지 중요하다”고 밝혔다.
고령의 환자도 급성담낭염, 충수염, 장폐색, 복막염 등으로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환자가 젊고 특별한 기저질환이 없다면 수술 자체에 집중할 수 있지만, 고령 환자에게는 얘기가 달라진다.
고혈압과 당뇨병이 있을수도 있고, 과거 심근경색이나 협심증 치료를 받았을 수도 있다. 부정맥이나 심부전, 신장 기능 저하 등을 동반할 수도 있다.
이런 환자에게 수술은 단순히 ‘배를 수술하는 문제’가 아니다. 수술 전 심혈관 상태를 어떻게 평가할지, 복용 중인 약물을 어떻게 조절할지, 마취에 따른 위험은 없는지, 수술 후 심장이나 신장 등 기존 질환의 악화 가능성은 없는지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
이 부장은 “고령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수술은 외과 의사 혼자 하는 게 아니다”라며 “외과적 치료와 함께 관련 진료과의 유기적인 협진으로 전신적인 환자 관리가 함께 이뤄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고령 환자 수술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분야가 마취통증의학과다. 마취과 의료진은 수술 직전에 단순히 마취를 시행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는다. 환자의 기저질환과 복용 약물, 심폐 기능, 검사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하고 수술과 마취에 따른 위험을 평가한다. 특히 심혈관질환이 있는 환자에게는 수술 전 심장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관련 진료과와 협진하면서 수술 계획을 세우게 된다.
수술 중에는 혈압과 심박수, 산소포화도 등 환자의 생체징후를 지속적으로 확인하면서 변화에 대응하고, 수술 후에도 환자의 상태에 따라 적절한 회복과 통증 관리를 시행한다. 수술 전·중·후 마취 관리가 하나의 연속된 치료 과정으로 이어진다. 고령·만성질환 환자는 수술 후에도 통증과 감염, 혈압과 혈당 변화뿐 아니라 심장이나 신장 등 기존 질환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살펴야 한다. 수술 전 평가, 마취 및 수술, 수술 후 회복, 기저질환 관리 등 모든 과정이 하나의 치료 과정으로 연결돼야 하는 이유다.
이상명 진료부장은 “고령화 시대의 수술은 ‘어떤 수술을 할 것인가’에서 끝나지 않는다”며 “누가 마취를 하고, 수술 전 환자의 위험을 어떻게 평가하며, 수술 중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수술 후 어떤 진료과가 환자를 뒷받침할 것인가까지 함께 고려하는 ‘종합치료예술’”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