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보희 기자] “세월호 피해자 가족들만은 우리와 같은 아픔을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모임을 만들게 됐습니다. 철저한 진상 규명을 통해 다시는 우리와 같은 아픔을 겪는 이들이 없길 바랍니다.”(고석 씨랜드화재참사 유가족 대표)
1999년 씨랜드 참사, 1999년 인천 인현동 호프집 화재,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 2013년 태안 해병대캠프 수련원 사고, 2014년 경주 마우나리조트 사고까지….
90년대 이후 각종 참사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 대표들이 27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강당에 모였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관재·인재로 대형 참사가 반복되고 있지만 사회는 바뀌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며 “세월호 참사만큼은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특별법을 제정하라”을 촉구했다.
일면식 없던 이들은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들만은 자신들과 같은 아픔을 겪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에 한자리에 모였다. 수십년 전과 다를 바 없는 정부의 주먹구구식 수습과 진상을 덮기에 급급한 관계기관의 행태에 보다 못한 참사 유족들이 직접 나선 것이다.
참사 유가족들은 ‘재난안전 가족협의회’(가칭)를 구성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참사 관련 유가족을 서로 도우며 재난 대책과 관련한 정부 정책을 감시하고 제대로 된 재발방지대책을 촉진해가는 활동을 전개해 나갈 예정이다.
유족 대표들은 “먼저 참사를 겪은 동병상련의 당사자들로서 세월호 유가족들과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며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5개 참사 유가족 단체들이 뜻을 모았지만, 대구지하철공사장가스폭발,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등 15개 참사 유가족 단체들도 참여를 논의 중이다. 다음 달 협의회 출범식을 여는 것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
이번 모임은 씨랜드 참사로 쌍둥이를 잃은 고석 씨랜드유가족 대표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고 대표는 “참사가 일어나면 정부는 늘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외치지만 더는 믿지 않는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모임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대책을 강조했다. 지금까지 수차례 참사가 발생했지만 단 한번도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황명애 대구지하철참사가족대책위 사무국장은 “벌써 11년이 지났지만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다”며 “사실 이런(참사 유가족) 모임은 만들어지면 안되는 모임이다. 그렇지만 나설 수밖에 없는 시점에서 우리는 세월호 진상 규명이 제대로 되도록 힘쓸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후식 태안해병대캠프 유가족 대표 또한 “사고 직후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철저히 진상규명을 하고 다시는 이런 사고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을 간구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장례를 치르고 나자 이런 약속들은 공허한 메아리가 됐다”며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