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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프로풋볼(NFL) 선수들은 과거처럼 사회 정의를 위해 무릎을 꿇는 세레머니 대신 득점을 기록한 터치다운 후 두 주먹을 쥐로 앞뒤로 흔드는 이른바 ‘트럼프 댄스’를 추며 승리를 기념하고 있다. 또 다른 선수는 경기 인터뷰 중 마가 모자를 들어 보이며 트럼프 지지를 표명해 경기장에서 정치적 메시지 노출 금지 규정을 어겨 벌금을 받았지만 당사자는 “그럴 가치가 있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미국 유명 팝스타들도 2017년 트럼프 1기 당시 취임식 공연을 기피했던 모습과 달리 이번엔 컨트리가수 캐리 언더우드가 ‘아메리카 더 뷰티풀’ 축하공연을, 래퍼 스눕 독도 취임식 무도회에서 공연하기로 했다.
이미 유튜브와 같은 소셜미디어(SNS)에선 트럼프 당선인에 우호적인 신세대 코미디언과 인플루언서들이 등장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막내아들 배런과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의 음성이 담긴 오디오 클립이 온라인에서 유행하는 ‘밈’(meme)으로 확산하고 있으며, 패리스 힐튼과 같은 셀럽과 프론티어항공과 같은 브랜드의 틱톡과 인스타그램 게시물에서 이를 사용하기도 했다.
‘샤이(shy·수줍은) 트럼프’라 불리던 숨은 지지층들은 이젠 미 대학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애리조나주립대 학생 카슨 카펜터(19)는 “캠퍼스에서 마가 모자를 쓰고 다니는 학생들이 많아졌다”며 “보수주의가 이제는 ‘쿨’한 문화가 됐다”고 말했다.
과거 ‘트럼프 지지’ 의사를 숨겼던 이들도 이제는 당당하게 드러내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출신의 기술 기업가이자 트럼프 1기 오스트리아 대사를 지낸 트레버 트라이나는 최근 트럼프 후원 행사를 공동 주최하며 분위기 변화를 체감했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 샌프란시스코의 공화당 지지자들은 얼굴을 가리고 다녀야 했지만, 이번 행사에서는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빨간 마가 모자를 쓰고 거리를 활보했다며, “내 인생에서 이런 광경은 처음 봤다”고 전했다.
동성 결혼과 대마초 합법화 등 일부 진보적 가치는 여전히 강세를 보인다. 그러나 갤럽 조사에 따르면 ‘사회적으로 보수적’이라고 응답한 미국인의 비율이 10년 만에 최고치(38%)를 기록하며, 진보적(29%)을 앞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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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보수 진영은 SNS상에서 표현의 자유가 검열되고 있다고 오랫동안 불만을 제기해왔다. 이달 페이스북·인스타그램 운영사인 메타플랫폼은 최근 특정 유형의 콘텐츠에 대한 사실 확인 및 제한하는 ‘팩트체크’ 기능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디즈니 계열사 픽사는 지난해 애니메이션 시리즈 ‘모두의 리그’(Win or Lose)에서 트랜스젠더와 관련된 스토리 라인을 삭제하며 관련 이유로 “부모들이 이러한 주제를 자녀와 직접 논의할 권리를 존중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보수주의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의 케빈 로버츠 대표는 다양성 프로그램의 후퇴와 종교의 역할 확대를 언급하며 “우리가 이기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은 매우 멋지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기업들의 정치적 입장도 변화했다. 이번 트럼프 당선인 취임식에서는 주요 기업 CEO들이 그를 환영하는 모습이 연출될 예정이다. 애플의 팀 쿡,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알파벳(구글 모회사)의 순다 피차이 등이 취임식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코카콜라는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을 기념하는 한정판 ‘도널드 트럼프 다이어트 콜라’ 병을 제작했다. 이는 역대 정권에서도 있었던 관례이지만, CEO가 직접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코카콜라는 2017년 트럼프의 이민 정책을 비판하고, 2021년 1월 6일 미 국회의사당 폭동을 “미국 민주주의의 이상에 대한 모욕”이라고 규탄했었기에 이번 행보는 더욱 주목된다고 WSJ은 짚었다.
많은 정치 분석가들은 자신의 입장과 조금만 다른 입장을 내도 공개적으로 무시하거나 모욕하는 ‘캔슬 컬쳐(Cancel Culture)에 대한 피로감이 보수주의 확산의 한 요인이라고 분석한다. WJS은 “미국에서 보수주의가 단순히 정치적 영역에 머물지 않고, 문화 전반에서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며 “트럼프가 이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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