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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곽 전 의원 사건에서 법정에 제출한 핵심 증거는 ‘정영학 녹취록’이다. 정영학 회계사가 김씨 등 다른 대장동 일당과의 대화를 수년간 녹음한 내용이다. 정영학 녹취록엔 대장동 의혹과 관련한 여러 내용이 담겨 있다.
2020년 10월에 녹음된 파일에서는 김씨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대화하던 중 “곽상도는 고문료로 안 되지”라고 말했고, ‘아들한테 배당하는 방법으로 주면 되지 않느냐’고 묻는 유 전 본부장을 향해 “회사 막내인데 어떻게 50억원을 가져가냐”고 반문하는 내용이 담겼다.
곽 전 의원은 녹취록 속 ‘50억 클럽’에 거론된 여러 고위 법조인 출신 인물 중 유일하게 재판에 넘겨졌다. 이는 실제 화천대유에서 근무했던 곽 전 의원의 아들에게 퇴직금 및 보상금 명목으로 50억원(세후 25억원)이 건네진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곽 전 의원 아들이 받은 돈의 실체가 퇴직금이 아닌 곽 전 의원에 대한 뇌물로 보고 있다. 박근혜정부 대통령실 민정수석비서관을 지냈고, 현역 국회의원이던 곽 전 의원이 대장동 일당이 참여한 사업자 컨소시엄의 와해를 막았다는 주장이다.
구체적으로 화천대유 측과 대장동 민간사업자 공모에 참여했던 하나금융 측이 당시 호반건설로부터 새로운 컨소시엄 참여를 제안받아 기존 컨소시엄이 와해될 위기에서 곽 전 의원이 직접 나서 하나금융 측을 설득했다는 판단이다.
정 회계사는 하나은행 측으로부터 이 같은 얘기를 들었다고 주장했지만 하나은행 관계자들은 검찰 조사에서 이 같은 주장을 일축했다. 로비 당사자로 지목된 김정태 전 하나금융그룹 회장 역시 곽 전 의원을 처음 만난 것은 컨소시엄 구성 2년 후인 2017년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을 전해졌다.
검찰은 정영학 녹취록이 ‘범죄 증거’라고 주장하는 반면, 김씨 측은 “동업자들에게 비용을 더 받아내기 위한 허풍”이라는 입장이다. 김씨는 또 녹취되는 것을 알고 일부러 더 과장을 했다는 취지의 주장도 펴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녹취되는 것을 알았는데 더 과장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일축하고 있다.
검찰이 곽 전 의원에게 징역 15년, 김만배씨에게 징역 5년을 구형한 가운데, 김씨는 지난해 11월 결심공판에서 “제 허언과 잘못된 언어 습관으로 곽 전 의원이 구속되고 법정에까지 서게 됐다. 다시 한번 죄송하다”며 기존 주장을 되풀이 하기도 했다.
곽 전 의원 재판에서의 녹취록에 대한 신빙성 판단은 향후 다른 사건의 수사와 재판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른 ‘50억 클럽’ 거론 인물들 사건은 물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장동 관련 의혹도 일부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곽 전 의원에 대한 유무죄 판단은 결국 녹취록의 신빙성이 좌우할 수밖에 없다”며 “녹취록 신빙성에 대한 재판부 판단에 따라 검찰이나 김만배씨 중 한쪽은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