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우크라전 유감, 재임 당시 러 정책은 옳아”

김윤지 기자I 2022.06.08 16:38:05

메르켈, 우크라전 비난에 “사과할것 없어”
“전쟁 막고자 충분히 노력, 실패는 유감”
“러 핵보유국, 현실적으로 무시 어려워”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전 총리가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유감을 표하면서도 재임 당시 러시아에 대한 유화적 태도에 대해선 “사과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전 총리(왼쪽)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AFP)
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메르켈 전 총리는 이날 독일 베를린 앙상블 극장에서 열린 언론인인 알렉산더 오상과 공개 대담에서 이처럼 말했다. 그는 “재임 당시 지금과 같은 우크라이나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했다”면서 “외교가 실패했다고 해서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16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지난해 12월 물러난 메르켈 전 총리는 독일의 가장 위대한 지도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하지만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는 ‘러시아 온건파’였다는 이유로 명성에 금이 갔다. 옛 동독 출신으로 러시아어에 유창한 메르켈 전 총리는 임기 동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60여 차례 만났으며, 러시아산 가스를 독일로 직접 공급하기 위한 가스관인 ‘노르드스트림-2’를 강행하기도 했다.

메르켈 전 총리는 교역을 통해 푸틴 대통령이 바뀔 수 있다는 환상을 믿어본 적이 없다면서, 러시아와 유럽이 긴밀한 정치적 관계를 맺을 수 없다면 적어도 무역 관계를 맺는 것이 합리적이었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는 또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핵 보유국이라는 점에서 러시아를 무시할 수 없기에 소통 창구를 항상 열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메르켈 전 총리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이후 독일 등이 주도해 이뤄진 민스크협정을 언급했다. 그는 “상황을 진정시키고 우크라이나가 현재의 모습으로 발전할 시간을 줬다”면서 “당시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고 푸틴이 하는 대로 뒀다면 어떻게 됐을지 알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가입을 반대했던 결정에 대해 “당시 우크라이나는 과두정치에 의해 통치되는, 불안정하고 부패가 가득한 국가였다”면서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했다면 푸틴 대통령을 이를 선전 포고로 보고 가만있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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