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중국은 올해 말까지 파지와 폐플라스틱 등 24종의 쓰레기 수입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지난 7월 세계무역기구(WTO)에 통보했다. 건강 및 환경 문제를 유발하고 불법 재활용 업자들의 배만 불린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중국은 쓰레기 수입 단속을 강화했고, 전 세계가 이에 따른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은 1990년대 이후 막대한 양의 지구촌 쓰레기를 사들였다. 지난 해만 봐도 중국은 폐플라시틱을 730만톤, 37억달러어치를 수입했다. 이는 전 세계 수입량의 약 56%에 달한다. 소위 고철 폐기물로 분류되는 쓰레기도 180억달러어치 수입했다. 쓰레기를 재가공해 판매하면 돈이 되기 때문이다. 중국 전역에 이같은 방식으로 수익을 올리는 업체만 2000여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정부 역시 경제 발전을 위해 어느 정도의 환경 오염을 용인해 왔다. 하지만 더이상 좌시할 수 없는 상황이 됐고 지난 2013년부터 수입 쓰레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특히 산동성 동부 지역의 환경 오염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플라스틱 차이나’가 방영된 이후 중국 내 환경 오염에 대한 우려는 더욱 증폭됐다. 이에 중국 정부는 올해 7월 쓰레기 수입 중단 선언과 함께 환경오염 등 불법행위를 저지른 590여개 기업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NYT는 “중국의 결정은 더이상 환경의 희생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미-중 간 통상전쟁에 따른 결과물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에 쓰레기를 수출하던 국가들과 기업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쓰레기의 78%를 중국에 수출하던 미국의 타격이 가장 크다. 미국의 대중국 수출품 가운데 쓰레기는 6번째로 비중이 높다. CNN은 지난 9월 중국의 미국산 쓰레기 수입 전면 금지로 미 재활용 업체들이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졌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미국의 대형 재활용·폐기물 업체들은 다른 아시아 구매자를 찾고 있지만 중국의 수입량이 워낙 컸던 탓에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휴스턴에 본사를 둔 재활용업체 웨이스트매니지먼트의 짐 피시 사장은 “하룻밤 사이에 수도꼭지를 잠궈버리는 것과 같다”고 토로했다.
미 재활용산업협회는 일부 재활용 업체들에겐 좋은 소식일 수 있겠지만, 결국엔 더 많은 쓰레기를 미국 땅에 남겨둬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재활용 전문가인 애덤 민터는 “재활용 업체들은 쓰레기 처리를 위해 설비에 더 많은 비용을 투자해야 할 것이며, 지방 정부와 주민들은 더 많은 세금을 써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내부에서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폐지를 주워 재활용 업체에 팔아 생계를 이어가던 렁슈귄 씨는 최근 잠을 줄이고 야간에 접시 닦는 일을 시작했다. 한 달에 500달러가 필요한 그는 정부의 단속 강화로 수요가 줄어든 탓에 폐지 가격이 하락했다면서 “더 많은 일을 하기 위해 저녁을 거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중국 내 쓰레기 처리에 관련된 고용 인원은 15만5000명에 달한다고 미 언론들은 추정했다.
이외에도 홍콩의 폐차 및 폐품 처리 업체들도 수익에 영향을 받고 있다. 중국 본토로의 판매가 제한되면서 중개업자들이 평소보다 더 많은 양의 폐플라스틱을 내놓고 있어서다. 그 결과 홍콩 내 폐품 처리 업체들은 창고가 가득 차 더 이상 쓰레기를 받아들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NY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