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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업계는 지난 3일 김용범 실장이 올린 이른바 ‘잔인한 금융 시리즈’ 페이스북 글을 분석하며 자체적으로 포용금융 강화, 대안신용점수체계(CSS) 고도화 방안을 찾고 있다. 김용범 실장은 페이스북 글을 통해 “신용등급이 상환능력을 측정한다는 말은 절반만 맞다. 등급은 철저히 과거만 본다”면서 “효율이라는 이름 아래 한 사람의 사정 따위는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왜 가장 힘겨운 이가 가장 무거운 금리의 짐을 지는가”라며 현행 CSS에 의문을 제기했다.
김용범 실장이 ‘과거의 잔상일 뿐’이라고 규탄한 현행 CSS는 은행들 대부분이 공통적으로 적용하는 신용점수체계다. 자금융통 및 중개기능을 가진 은행들은 예금으로 돈을 받고 이를 대출로 운용한다. 대출을 내줄 때 은행들은 돈을 떼일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 차주의 신용을 평가한다. 구체적으로 개인의 신용대출 한도, 즉 얼마나 빌려줄지를 정할 때 우선 신용정보원의 신용정보를 통합 조회한다. 여기는 고객이 금융채무불이행자(과거 대출을 갚지 않은 경우), 회생·파산 신청자 등 대출제한대상자에 해당하는지 나온다.
은행은 외부 신용평가기관의 점수와 그 은행이 자체적으로 보유한 데이터와 평가체계도 적용한다. 현재 개인의 재산상황, 다니고 있는 직장과 그 직장에서 몇 년간 일했는지, 연소득은 얼마인지를 파악한다. KCB, NICE 등 외부 신용평가기관의 신용점수와 등급을 조회하는데 현재는 신용등급이 아닌 신용점수(1000점 만점)로 돼 있다. 이 외부 신용점수가 사실상 개인이 대출을 받을 수 있는지 가르는 핵심이다.
은행은 개인이 그 은행에 예·적금을 얼마나 넣고 있는지, 카드 이용실적은 어떤지 등 은행이 가진 자체 정보도 활용한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아파트 관리비 납부 내역, 휴대전화 요금 납부 기록, 휴대전화 데이터 사용량, 소액결제 비율, 쇼핑몰·유통업체 멤버십, 택시 이용 내역, 책 구매량 등 다양한 비금융데이터를 가명 결합해 대안 CSS를 활용하고 있다. 대학생·사회 초년생과 주부 등 과거의 소득이나 대출상환 이력이 없어도 상환능력을 평가할 수 있도록 체계를 개편한 것이다. 시중은행들도 자체 CSS를 활용해 이른바 애매한 영역에 있는 개인의 상환능력을 심사할 수 있도록 고도화하는 중이다.
김용범 실장의 신용점수체계 지적에 은행들은 상당히 곤혹스러워한다. 은행은 돈을 받아(수신) 빌려주는(여신) 것이 본업이고 그를 위해 못 받을 리스크를 관리하는데 이러한 리스크 관리를 ‘회피적 태도’라고 해서다. 김 실장은 “은행에게 중간 지대는 가성비가 맞지 않는 구간이다. 이 사람이 정말 갚을 의지가 있는지 정밀하게 들여다보고 금리를 조정해야 하는 구간은 품이 많이 든다”며 “핀테크가 등장하면 이 구도가 깨질 줄 알았지만 회피라는 본성은 바뀌지 않았다”고 직격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과거 은행 금리는 높아야 3%대, 저축은행·카드사 금리는 10%대로 4~10% 구간의 대출금리가 비어 있었지만 지금은 인터넷전문은행을 비롯해 은행이 자체 CSS를 통해 이 구간을 예전보다 메우고 있다”며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저마다 민간 중금리 대출(신용평점 하위 50% 이하에 대한 신용대출), 청년·사회초년생 특화 신용대출 상품 출시 등 포용금융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금융당국의 크레딧 빌드업, 대안정보센터 구축 및 신용성장계좌 도입에 적극 협조한다는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정책서민금융을 성실하게 갚으면 은행권 신용대출(징검다리론)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크레딧빌드업 체계 구축 △건강보험료 납부정보 등 공공기관이 보유한 대안정보를 모으는 대안정보센터 구축 △신용성장계좌 도입 등을 통해 중·저신용자와 씬파일러(금융거래이력부족자)의 금융접근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신용점수와 금리는 돈의 시간가치와 신용위험에 따라 결정되는 기본 원리 위에 있으며, 저신용자일수록 금리가 높아지는 구조는 불가피하다”면서도 “다만 취약차주가 더 큰 부담을 지는 현실은 분명 문제의식이 필요하고, 신용위험에 따른 금리 결정이라는 시장 원리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이를 구현할 현실적인 대안을 찾는 것이 핵심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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